인피를 제거한 책은 1880년대 초 프랑스 소설가이자 시인인 아르센 후세(Arsene Houssaye)가 집필한 ‘영혼의 운명'(Des Destinees de L’ame)이다.
아르센 후세는 당시 종이책을 프랑스 의사이자 서지학자인 루도빅 불랑에게 넘겼고, 불랑이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사망한 여성 환자의 시신에서 동의 없어 피부를 벗겨내 표지로 묶어내 이 같은 책은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책에는 불랑이 손으로 작성한 메모도 포함돼 있다. 인피로 바인딩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포함돼 있다.
도서관 사서인 토머스 하이라이는 웹사이트에 올린 질의응답에서 불랑이 이 책에 끼워 놓은 친필 노트에서 인간의 영혼을 다룬 책인 만큼 인간의 피부로 감쌀만 한 가치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고 소개했다.
하버드 대학은 1934년 기부 받은 이 책을 호튼 도서관에 보관하고 있었다. 이후 2014년, 과학적 조사를 통해 이 책에 사람 피부가 사용됐다는 것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하버드 대학은 2022년 발표된 박물관 소장품 중 인간 유해에 대한 보고서를 검토한 뒤 후세의 저서 가운데 ‘인간 피부’는 더 이상 대학의 소장품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 책에서 이를 분리하기로 했다. 분리한 피부는 대학 내 별도 공간에 보관 중이다.
하버드 대학은 검토 과정에서 발견한 윤리적 문제도 밝혔다. 대학은 “비교적 최근까지 이 책을 원하는 누구나 책을 이용할 수 있었다”며 “2014년에는 도서관이 이 책이 사람 피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발표하며 국제 언론 보도를 부채질하는 선정적이고 병적인, 농담 섞인 어조의 글을 블로그에 게시했다”고 시인했다.
하버드대학은 불랑과 인피에 사용된 여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할 것이며, 프랑스 당국과 협력해 정중하게 이를 최종 처리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