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는 1300억원으로 전년 1분기(1조700억원) 대비 88% 감소했다.
지난 2022년 1분기(1조150억원)에도 1조원이 넘는 채권이 발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을 크게 줄인 것으로 관측된다.
자본성증권은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영구채권을 말한다. 채권은 갚아야 할 빚이지만 영구채는 만기가 길고 차환을 조건으로 발행되는 탓에 보험업법상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에 조기 상환일(콜옵션 행사)이 도래하면 보험사는 상환과 동시에 1000억원의 새로운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올해는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상환만 결정하는 보험사가 속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올 1분기 △동양생명 2000억원 △DB생명 300억원 △흥국화재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에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했으나 모두 상환 뒤 차환하지 않았다.
업계는 현재 시장금리가 고점이라고 판단한 보험사들이 채권 발행을 꺼리고 있다고 해석한다.
실제 전일 기준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은 3.385%로 지난 2월말(3.475%) 이후 소폭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자본을 확충하더라도 향후 금리가 내려갔을 때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보험사들의 관망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올해 자본성증권에 조기 상환일이 도래하는 보험사는 총 12곳으로 약 2조6000억원의 채권에 콜옵션 행사가 예정돼 있다.
주요 회사별로는 한화생명과 코리안리에 오는 7월과 10월, 각각 5000억원과 23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이 예고돼 있다.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은 오는 4월과 5월에 각각 2500억원, 2020억원 후순위채에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분의 보험사가 영업이 개선되면서 자금을 확보해 뒀고, 굳이 과거보다 고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자본건전성에 여유가 있는 회사들은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