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호주 ABC 뉴스·과학 전문매체 IFL 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최근 해양생물학자 제나 터커는 고래 관찰 투어 ‘동식물 연구가 헌장'(Naturalist Charters) 프로그램에 참여해 호주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남쪽 바다에서 범고래 무리를 관측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범고래는 몸집이 매우 큰 향유고래나 대왕고래(흰수염고래)는 최상위포식자로 여기고 사냥감으로 보지 않지만, 새끼와 함께 있는 어미는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드물게 표적으로 삼기도 한다.
터커는 “처음에 바닷물이 붉은 거품으로 물들고, 우리는 입을 다물었다”며 “향유 고래들 중에 한 마리가 다른 개체보다 상당히 작아보여서, 우리는 범고래가 새끼 한 마리를 잡아먹었다고 생각했다. 갑판 위는 숙연한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갑자기 범고래 무리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며 “이후 탑승한 과학자들과 함께 촬영한 영상을 면밀히 검토하고 난 뒤에야 그것이 향유고래가 방출한 배설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검은 거품은 실제로는 ‘푸네이도'(poonado)였다”고 설명했다.
피 웅덩이처럼 보였던 것도 고래의 배설물이다. 향유고래는 붉은 빛을 띠는 크릴새우와 오징어 등을 주로 먹기 때문에 배변이 붉은 경우도 있다. ‘바다의 로또’로 알려진 ‘용연향’은 장 내에서 생기는 이물질이 굳어져 만든 덩어리로 똥과는 다르다. 향유고래의 배변은 플랑크톤 성장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