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력사와 부품 국산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주요 부품 중 일부를 일본과 독일 등에서 조달하고 있는데, 국내 제품을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 일정과 계획을 수립 중인 단계로 알려졌다.
국산화 추진 전략 중 핵심 부품은 감속기다. 감속기는 모터 회전 속도를 제어하는 동력전달 장치로 로봇 관절을 구동하는 부품이다. 로봇 원가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성이 높은 데다 높은 기술력도 요구해 일본산 부품 의존도가 높다. 감속기 부문 글로벌 1위 기업도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다.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주요 부품인 제어기나 브레이크 등은 국산과 외산 제품을 혼용하고 있는데, 국내 부품 적용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과 부품 국산화 협의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테스트 일정이나 실제 적용 여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가 부품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국산 로봇 부품 단가는 외산 대비 최소 10%, 최대 30% 저렴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기술력만 뒷받침된다면 원가를 낮춰 회사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
회사는 수원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만큼 생산 능력이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추가 원가 절감이 가능할 전망이다. 두산로보틱스 수원 공장 연간 생산 능력은 지난해 말 기준 2200대다. 회사는 이를 올해 말까지 4000대로 늘릴 예정이다. 수원 공장에 자동화 셀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회사 매출은 530억원으로 전년보다 18%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92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전년(132억원) 대비 60억원 늘었다.
다만 두산로보틱스가 감속기까지 국산 부품을 적용하려면 국내 업체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산 부품은 외산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정밀 가공이나 소재 합성 기술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산 부품이 품질 테스트 문턱을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국산 부품을 오래 사용하면 마모되거나 깨지는 등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해 실제 적용이 어려운 사례가 있었다”면서 “최근에는 국내 부품사 기술력도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나 품질만 검증된다면 두산로보틱스 같은 대기업이 국산 부품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게 국내 로봇 생태계 발전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