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VC) 패스트벤처스가 빅테크 기업과 자산운용사 출신 파트너 두 명을 영입했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투자를 이끌다가 초기 창업생태계에 합류한 이례적 사례다. 두 파트너는 이번 합류로 VC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여준 전 구글코리아 수석과 태원호 스페이스워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패스트벤처스 파트너로 합류했다. 조 파트너는 퀄컴벤처스와 KB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를 담당했고 구글코리아에선 구글플레이 파트너십 업무를 맡았다. 태 파트너는 머스트자산운용에서 8년간 근무한 후 브리즈인베스트먼트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몸담았다.
중·후기 스타트업과 상장사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던 인사들이 초기 투자를 맡게 된 것이다. 패스트벤처스는 지난해 창업 5년 이하 18개 기업에 총 77억6000여만원을 투자했다. 절반은 창업 1년 이하 기업이다.
두 파트너는 패스트벤처스를 VC업계 유니콘으로 이끌겠다는 박지웅 대표에게 확신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패스트벤처스는 혹한기에 오히려 투자를 확대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지향한다. 3영업일 내 투자 검토 결과 회신, 후속 투자에서 결정된 기업가치에 따라 기존 출자 지분을 결정하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투자) 등으로 창업기업 성장을 지원한다.
조 파트너는 “상대적으로 큰 기업에선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란 장점이 있지만 트렌드 대응에 더딘 한계도 존재했다”면서 “기성 문화와는 다르게 민첩하게 활동하고 싶어 패스트벤처스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영역이 바뀌니 접근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태 파트너는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상장기업 2000개사를 만난 경험으로 소통에 강점이 있다”면서 “스타트업은 물론 출자자(LP)도 적극 만나면서 펀드 결성과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 파트너는 “초기 중심 VC이다보니 직접 스타트업을 찾아다니면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면서 “심사가 아닌 서로를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스타트업에 다가가고 내부에선 위계 없이 치열한 토론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조 파트너는 글로벌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만큼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에게 도움을 줄 계획이다.
현재 운용자산(AUM)이 450여억원인 패스트벤처스는 연내 투자재원 추가 확보도 검토한다. 태 파트너는 “관리보수를 위한 AUM은 지양하고 있다”면서 “유망기업을 발굴하는 상황에서 펀드 신규 결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