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2024 고려대 초창패] 뉴로엑스티 “알츠하이머 치매 정밀의료를 실현합니다”
2024년 03월 05일
[IT동아 x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는 연구부총장 직속 스타트업 창업·보육 기관 ‘크림슨창업지원단’을 운영합니다. 크림슨창업지원단과 함께 성장하며 변화와 혁신을 꿈꾸는 2023년 초기창업패키지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치매는 뇌 기능이 손상되면서 인지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은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다.
최근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어 판매를 시작했다. 단 해당 치료제가 모든 알츠하이머 치매에 약효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시점을 경과한 환자에게는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즉 환자의 치료 적합성을 판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바이오 스타트업 뉴로엑스티(NeuroXT)는 자기공명영상(MRI)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골든타임을 알려준다. 또한 부작용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치료 과정을 개인 맞춤형으로 모니터링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알츠하이머 치매 정밀의료를 실현하고자 한다. 정밀의료란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치료 방법을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뉴로엑스티를 이끌고 있는 성준경 대표를 만나 뉴로엑스티가 개발한 솔루션과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연구실의 기술을 실생활로
IT동아: 안녕하세요, 성준경 대표님. 우선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준경 대표: 안녕하세요, 뉴로엑스티 성준경입니다. 저는 고려대학교에서 바이오의공학부/인공지능학과 교수로 14년간 근무하고 있는데요. 지난 2022년 4월 교원창업으로 뉴로엑스티를 설립했습니다. 교원창업은 교수로 재직하면서 그간 연구했던 결과나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것을 말합니다.
IT동아: 교수와 회사 대표를 겸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창업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성준경 대표: 저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영상을 분석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로 뇌 영상을 시각화하고, 이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예측하는 연구를 주로 했어요.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연구만 15년 이상 했습니다. 그러다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적합성 판단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관련 논문을 2022년 세계 3대 과학 저널 중 하나인 셀의 뉴런 저널에 게재했어요. 이것이 계기가 되어 창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로서 연구만 하다가, 그 기술을 가지고 실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과 사업은 성격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적응 했고, 연구소 안에 있던 기술을 실생활로 끌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IT동아: 뉴로엑스티라는 사명은 어떤 의미인가요?
성준경 대표: 뉴로엑스티라는 이름은 제가 지었는데요. 신경을 의미하는 ‘뉴로(Neuro)’, 곱하기를 의미하는 ‘엑스(X)’, 진단과 치료를 뜻하는 테라그노시스(Theragnosis)의 ‘티(T)’를 합한 단어입니다. 저희 기술이 진단과 치료 모두 연관이 있거든요. 그래서 신경에 기반한 진단 및 치료 관련 기술을 연구한다는 의미를 담아 뉴로엑스티라고 지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골든타임을 알려준다
IT동아: 말씀하신 신경에 기반한 진단 및 치료 기술은 어떤 것인가요?
성준경 대표: 저희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대상으로 진단, 치료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우선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해 설명드릴게요. 우리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축적되면 이로 인해 ‘타우’라는 단백질이 독성을 띠면서 뭉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뭉쳐진 타우의 독성이 신경 세포를 죽여요. 이로 인해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치매가 발병하는 것이죠.
불과 얼마 전까지 알츠하이머 치매는 치료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아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들 치료제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이지 않게 제거하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이 치료제가 모든 환자에게 약효를 내지는 못합니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없어지긴 하는데 인지 기능 감소는 지속되는 경우가 있어요. 치료가 안 되는 것이죠. 저희는 그 원인에 대해 설명 가능한 모델을 만들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진단 및 치료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인데요. MRI 분석 후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양성을 예측하는 ‘NEXT-ATNV’와 이를 기반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적합성을 판정하는 ‘NEXT-CDX’입니다. NEXT-ATNV는 진단에 해당하고 NEXT-CDX는 치료에 해당하는 솔루션입니다.
IT동아: 두 가지 솔루션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성준경 대표: 우선 NEXT-ATNV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는 아밀로이드 베타 양성 여부를 확인한 후 알츠하이머로 진단합니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확인하려면 핵의학 뇌 촬영 기술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가 필요해요. PET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쌉니다. 장비를 갖추고 있는 병원도 많지 않고요. 또한 방사성 동위원소를 몸에 넣고 촬영하는 방식이라 부작용 우려도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NEXT-ATNV는 MRI 촬영만으로 아밀로이드 베타 양성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쉽고 저렴합니다. 부작용 우려도 없죠. 게다가 한 번만 촬영해도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를 같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PET, MRI 촬영을 모두 진행한 환자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킨 후 MRI 데이터만으로 얼마나 정확하게 진단하는지 확인했는데, 정확도가 90%를 기록했습니다.
NEXT-CDX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동반진단 솔루션입니다. 동반진단이란 특정 약물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미리 알아보는 진단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NEXT-CDX는 현재 출시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구분하는 것이죠.
타우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주변으로 퍼지는데, 이때 점진적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 확 퍼집니다. 저희는 그 시점이 아밀로이드 베타와 만나는 시점이라는 것을 밝혔어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가 같이 있는 상태라면 치료제를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도 타우가 남기 때문에 신경 세포는 계속 죽게 됩니다. 치료제의 효과가 없는 것이죠. 그 둘이 만나기 전에 아밀로이드 베타를 없애야 치료제 효과가 나타납니다.
저희 기술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가 만나는 시점을 알려주는 기술입니다. 한 마디로 치료에 적합한 시점, 즉 골든타임을 알려주는 것이죠. 이것이 저희가 지난 2022년 셀 저널에 게재한 논문의 핵심입니다.
IT동아: 혹시 이전에는 NEXT-ATNV나 NEXT-CDX와 비슷한 기술이 없었나요?
성준경 대표: NEXT-ATNV의 경우 기존에는 혈액으로 아밀로이드 베타 양성을 판단하는 기업이 있었어요. 환자의 혈액을 분석해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얼마나 쌓였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확도가 많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양성 여부를 알 수 있을 뿐입니다. 반면 저희 기술은 MRI 영상을 기반으로 합니다. 어느 영역에 얼마나 쌓였는지를 알 수 있으니 보다 정밀한 진단이 가능합니다.
치료 적합성을 판단하는 NEXT-CDX는 저희가 세계 최초로 확보한 기술입니다. 기존에는 비슷한 기술이 없었어요.
동반진단 넘어 정밀의료까지
IT동아: 골든타임을 알려준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상당히 중요한 기술인 것 같습니다.
성준경 대표: 네 맞습니다. 앞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동반진단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항암 치료제를 예로 들어 볼게요. 항암 치료의 경우 이전에는 암세포만 죽이는 표적 치료제가 많이 쓰였는데 요즘에는 체내 면역 세포를 활성화해 그것이 암세포를 죽이게 하는 면역 치료제를 많이 사용합니다. 이때 환자 상태가 면역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동반진단을 먼저 합니다. 항암 면역 치료제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치료 적합성을 판정하는 기술이 중요해졌어요.
저희 기술은 항암 면역 치료 동반진단의 알츠하이머 치매 버전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는 이제 시작 단계거든요. 향후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항암 치료제 동반진단처럼 저희 기술도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현재 저희는 그때를 대비해 실제 환자 치료 과정에 적용하면서 실질적인 근거를 쌓아가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기술을 보완하거나 고도화하고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 대응할 예정입니다.
IT동아: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성준경 대표: 기술 개발은 완료했고 현재 식품의약처 의료기기 인허가 진행 중인데요. 올해 안에는 완료할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FDA 인허가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인허가가 완료되면 국내외 주요 대학병원에 먼저 제공할 예정입니다.
사실 저희 기술의 효과를 검증하려면 실제 치료를 했거나 치료 중인 환자에게 저희 기술을 적용하고 그 결과를 측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를 치료하고 있는 미국의 대학병원과 협약을 맺고 데이터를 취합하면서 저희 기술의 실제 효용성을 검증하고자 합니다.
IT동아: 현재 고려대학교 초기창업패키지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요.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성준경 대표: 사업 전개나 운영 등 여러 측면에서 지원받았습니다. 특허 출원 관련 프로그램의 도움도 받았고요. 특히 해외 진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싱가포르를 방문해 현지 투자자와 스타트업을 만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견문을 넓힐 수 있었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IT동아: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준경 대표: 질병을 치료할 때는 크게 진단, 치료, 치료 과정 모니터링 단계를 거칩니다. 저희가 현재 개발한 NEXT-ATNV와 NEXT-CDX는 각각 진단, 치료에 해당하는 솔루션이에요. 현재 저희는 나머지 단계에 대응하기 위해 ▲치료 과정 모니터링을 위한 솔루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치료받기 전에 예측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들 솔루션이 개발되면 저희가 목표로 하는 AI 기반의 알츠하이머 치매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게 됩니다. 환자가 치료에 적합한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치료 과정에서 환자 맞춤형으로 모니터링하는 솔루션을 모두 제공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저희는 연구 개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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