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반도체 지원 시작한 美 행정부··· 인텔 ‘웃고’ 삼성·TSMC ‘인고’
2024년 02월 22일
[IT동아 남시현 기자] 현지 시간으로 2월 19일, 미국의 주요 반도체 생산 기업인 글로벌 파운드리가 ‘반도체 및 과학법’에 따라 15억 달러(약 2조 71억 원대)의 직접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글로벌 파운드리는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 대만 UMC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으로, 전 세계 5대 파운드리 기업 중 유일하게 본사와 공장까지 모두 미국에 있다.
자금 지원의 가장 큰 배경은 미국 기업인 점이 컸고, 또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이나 항공우주, 국방, 인공지능 등 미국의 전략 자산 반도체를 국외 유출 없이 생산하는 점도 작용했다.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장관은 “코로나 19 기간 동안 반도체 부족으로 전국 자동차 제조 공장이 멈춰 섰다”라면서, “반도체 및 과학법 덕분에 전 미주에서 필요로 하는 자동차, 전자제품 및 국방 시스템용 칩이 꾸준히 공급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직접 지원 시작한 미국, 대상 기업은?
글로벌 파운드리가 미국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은 이유는 ‘반도체 및 과학 법’ 덕분이다. 반도체 및 과학 법은 2022년 9월, 미국이 중국과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으며, 반도체 제조업 및 공급망 강화, 첨단 기술 연구 개발 확대를 골자로 한다. 해당 법에 따라 미국 정부가 반도체 연구 및 기술 개발 자금을 직접 지원하게 됐고, 반도체 기업에게만 총 527억 달러(당시 약 69조 원) 규모의 지원금이 편성됐다.
글로벌 파운드리가 받은 금액은 반도체 제조 지원에 배정된 390억 달러 중 일부이며, 반도체 및 지원 법으로는 자금을 받은 기업 중에서는 세 번째다. 글로벌 파운드리는 뉴욕주 몰타 공장을 확장해 제너럴 모터스를 포함한 자동차 기업들에 반도체를 공급한다. 또 10년에 걸쳐 몰타 공장의 반도체 생산 용량을 최대 3배로 늘린다. 이는 연간 웨이퍼 100만 개에 해당한다.
200mm 웨이퍼를 생산하는 버몬트주 에식스 정션의 공장도 현대화한다. 이를 통해 미국 최초로 전기차, 전력망, 데이터센터, 통신 칩 및 스마트폰 칩에 쓰이는 차세대 질화 갈륨(GaN)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예정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이전에 지원받은 기업들 역시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기업들이다. 가장 처음 지원받은 기업은 영국의 방산업체 BAE시스템스다. BAE시스템스는 미국 뉴햄프셔주 반도체 공장에서 록히드마틴의 F-35 등 전투기용 반도체, 상업용 위성 반도체 등을 생산한다. BAE시스템스는 약 3500만 달러(약 486억 원)를 지원받았으며, 공장 현대화에 자금을 투입한다.
두 번째 기업은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로, 약 1억 6200만 달러(약 2168억 원)를 지원받았다.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는 마이크로컨트롤러, 메모리 등을 생산하며, 역시 미국 기업이다. 지난 2018년에는 FPGA(설계 가능한 논리 조사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 및 ASIC(주문형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마이크로세미를 인수하기도 했다.
투자 배경에는 코로나 19로 인한 마이크로컨트롤러 부족, AI 반도체 등 소규모 생산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역시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공장 현대화와 오리건주 그레셤 공장 확장에 자금을 사용한다.
다음 타자는 인텔에 무게··· 지원 규모 100억 달러 이상
네 번째로 반도체 지원금을 받을 기업은 인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6일, 미 정부가 인텔에 100억 달러(약 13조 3000억 원) 이상의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5일에도 러몬도 상무장관은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보조금 규모 등을 놓고 협상 중이며, 향후 6~8주 안에 몇 가지 발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그 직후 글로벌 파운드리의 지원이 발표됐다. 따라서 그다음 주요 투자 기업은 인텔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텔에 대한 지원은 반도체 및 과학 법 시작부터 예견됐다. 인텔은 지난해 6월, 독일에 300억 유로(약 43조 2000억 원), 미국 오리건 주에 200억 달러(약 26조 7600억 원), 12월에는 이스라엘에 250억 달러(약 33조 45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약 8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상황이다. TSMC나 삼성전자에 비해 후발주자지만, 미국 기업이 미국 영토에서 생산하는 미국산 반도체라는 특성에 힘입어 지원이 확실시된다.
한편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AMD, 그래픽 카드와 AI 가속기를 만드는 엔비디아는 반도체 및 과학법으로 지원은 커녕 손해를 보고 있다. 반도체 과학법의 핵심이 반도체 패권 추구다 보니 미국 영토 내에서 미국산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지원이 집중된다. 그러면서 중국에 고사양 반도체 수출을 금지해 AMD와 엔비디아 모두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AMD와 엔비디아 모두 반도체를 대만 TSMC 등에 위탁 생산하는 점, 또 반도체 생산 기업이 아닌 반도체를 설계만 하는 기업인 점도 지원을 받기 어려운 이유다.
삼성전자, TSMC, 순번 밀리지만 투자받을 듯
반도체 및 과학법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TSMC도 미국 본토에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에서 사업을 유지하려면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다. 이에 삼성전자는 21년부터 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에 25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짓고, 대만 TSMC도 미국 애리조나 주에 400억 달러를 투입해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결정하면 삼성전자는 250억 달러 지출을 인정받을 시 최대 약 37억 5000억 달러(약 5조 원)를 받을 수 있고, TSMC는 직접 보조금 60~70억 달러, 세액공제 등을 합쳐 최대 150억 달러(약 20조 원)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문제는 지금까지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이 모두 안보, 국방과 관련된 기업이어서 외국계인 삼성전자, TSMC의 우선순위가 밀린다. 게다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대 중국 규제를 놓고 “반도체 법으로 크게 망신당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및 과학법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국 기업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는 3월 7일,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예정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및 과학법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해 연설 직전까지 지원 기업을 발표할 것이고, 미국 정부가 적극적이라면 삼성전자와 TSMC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별도로 투자 소식이 없다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까지 지원 여부가 계속 늘어질 수 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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