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DCF의 디디픽 서비스, 동대문 의류 유통에 꼭 필요했던 혁신입니다”
2024년 02월 17일
[IT동아 남시현 기자]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연간 택배 물동량은 45억 건에 달한다. 21년 36억 건과 22년 42억 건에 이어 계속 상승 추세이며, 1인당 택배 건수는 80건, 가구당 택배도 200건이 넘는 상황이다. 세계 5위 수준의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택배 업계는 배송 밀도를 높이는 식으로 비용을 낮추고 있으며, 택배 단가 인상과 전자상거래 기업의 자체 물류센터 확보 등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반대로 개인 사업자, 소규모 영세 사업자들의 상황은 어려워지고 있다. 신세계, 롯데 등의 대기업은 오프라인 유통망을 기반으로 대처하고, 그렇다고 소규모 기업들이 컬리나 쿠팡처럼 물류 센터를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단가 인상에 따른 부담과 어려움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유통 구조에 따른 최종 소비자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물류 부담 커진 소상공인, 지역 최적화된 ‘소규모 물류센터’로 몰린다
하지만 소상공인, 개인 사업자들을 위한 물류 혁신도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동대문 시장과 같이 개인 사업자가 많고, 물류량이 꾸준한 곳에서는 개인 사업자들을 위한 소규모 물류센터 사업이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 전문 패션 풀필먼트 기업 트랜쇼가 운영하고 있는 2500평 규모의 도심 패션 풀필먼트 센터, ‘DCF(DONGDAEMOON CROSS BORDER FULFILLMENT)’가 좋은 사례다. 일반적인 동대문 상인들은 의류를 사입하고, 제품을 확인하고 전국으로 배송한다. 이 단계에서 인건비나 도매 구매 비용 등이 포함되고, 또 각 소재지로의 배송비가 추가된다.
DCF는 주문에서부터 검수, 출고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물류 서비스를 풀필먼트로 제공하는 물류 센터로, 개개인이 진행해오던 동대문 의류 유통의 절차를 규모의 경제로 간소화하고, 또 전반적인 물류비용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 최근에는 직접 DCF 물류센터에서 의류를 확보하고, 제품 확인과 배송까지 모두 대행하는 중소상공인 패션물류 미드마일 플랫폼(app) ‘디디픽(dd_Pick)’ 서비스를 시작해 동대문 물류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DCF의 새로운 시도가 어떤지 들어보기 위해, 동대문에서 남성복 도소매 사업을 하고 있는 정승호 반포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정승호 대표는 도시 및 주거 환경, 재개발 관련 사업을 25년 간 운영해 오다가, 2010년 대 초를 기점으로 소규모 의류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성복 소매를 하다가 작년부터 남성복 도매를 시작했고, 개인 사업은 물론 유튜브 ‘반포사치남’ 채널을 통해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동대문 시장 상인의 하루 일과에 대해 먼저 물었다. 정 대표는 “동대문 의류는 30대부터 그 이상까지 다양한 세대의 옷들이 구비돼 있고, 종류에 따라 동평화와 청평화, 신평화 일대를 돈다. 새벽에 공장에서 제조된 옷을 수매하고, 오전 6시가 되면 가게를 열고 도매 손님들을 맞는다. 오후에는 소매 손님들이 많이 방문하는 편”이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의류 구매에 대해서는 “손님들은 청평화에서 동평화를 돌고, 사입삼촌부터 지방 상인, 소매점 운영 상인까지 다양하게 온다. 그리고 의류도 단순히 구매하는 게 아니라, 의류 원단을 찍어서 보내면 구매자가 확인하는 등의 절차도 거친다. 아침 9시쯤 되면 도매 상인들은 빠져나가고, 10시가 되면 소매 손님들이 방문한다. 물론 도매 손님들 역시 시장을 돌면서 의류 유행이나 판매할 물건 등을 보는 편”이라고 정리했다.
“동대문에서 이뤄지는 모든 의류 구매 절차는 곧 물류”
정승호 대표는 동대문에서 이뤄지는 모든 구매 절차가 물류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그는 “앞서 새벽에 구매하는 의류는 공릉동, 동대문, 만리동, 창신동 등 여러 곳에 공장이 흩어져있다. 공장에서 제조된 제품은 1톤 트럭 등 상용차에 실려 새벽에 대형 도매사로 온다. 대형 도매사는 리어카 또는 오토바이를 활용해 평화시장으로 의류를 옮기고, 구매한 의류는 인력으로 동대문 도소매 가게로 또 옮겨진다. 마지막으로 전시된 의류가 손님이 사고, 또 택배 등으로 이동한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 전반의 물류 과정을 돕는 것이 디디픽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정승호 대표는 하루 20~30건씩 택배를 보내는데, 일주일에 세 번은 디디픽을 이용한다고 말한다. 정승호 대표는 “디디픽은 오후 3시에 마감하고 4시에 포장한 뒤 수거한다. 포장과 송장은 모바일로 입력하기만 하면 바로 다음날 고객이 물건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일반 택배와 비용은 비슷하지만, 편의성에서 차이가 크다. 택배의 경우 손으로 송장을 쓰고, 주소도 알려줘야 한다. 반면 디디픽은 모바일 앱부터 동대문 상인들이 쓰기 좋은 앱 구성으로 돼있다. 자주 가는 주소는 바로 지정할 수 있고, 디지털로 송장을 쓰니 오배송도 줄었다. 포장만 해놓으면 알아서 가져가니 작업 효율과 편의성이 모두 좋다”라고 말했다. 또한 배송 기사가 주요 정보를 QR 코드로 부착해 물류의 혼선을 줄이는 것도 장점이다.
트랜쇼가 중소상공인 패션물류 미드마일 플랫폼 기반의 디디픽 서비스를 선보인 이유도, 중소상공인들이 겪는 물류의 복잡함과 어려움을 해소하고, 갈수록 복잡해지는 온라인 기반 서비스에 대한 상인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온라인 소매가 기본인 세상, 디디픽 같은 서비스 많아져야
정승호 대표는 현재는 오프라인 기반 매장을 운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판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튜브를 통해 제품을 소개하는 이유도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정승호 대표는 “온라인 매장의 경우 오프라인보다 반품률이 높다. 또한 플랫폼마다 반품 기준이 있고, 또 이를 맞추다 보면 손해율이 오르기도 한다. 입금이 3~4개월 이후에 이뤄지는 점도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코로나 19로 온라인 시장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전자상거래로 진입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되고 있다. 이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제품 소개에 나서고 있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개점 등도 생각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 디디픽같은 서비스를 같이 도입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소상공인 입장에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업무 혹은 절차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특히 2차 산업의 경우 유형의 재화를 다루는 만큼 물류, 유통이 반드시 수반되고, 이것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이익의 극대화로 이어진다. 그런 관점에서 DCF의 디디픽은 동대문 판매자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고, 또 물류 혁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의 산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사례다. 당연한 것 같은 작은 변화도 누군가에겐 혁신일 수 있는 이유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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