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14일 1차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정 전 금감원장을 한국거래소 제8대 이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정 신임 이사장은 15일 취임식을 열고 바로 임기를 소화한다. 임기는 3년이다.
정 신임 이사장은 과거 금융위원장 부위원장 재직 시절 증권선물위원장을 역임하며 자본시장에 전문성을 보인 인물이다. 손병두 현 이사장과 함께 꾸준히 하마평에 올랐다. 자본시장 안팎에서 앞으로의 자본시장 운영이 시장 친화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취임 후 정 이사장 당면 과제는 기업밸류업프로그램 구체화다. 기업밸류업프로그램은 금융당국이 연초부터 추진 계획을 밝힌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이 스스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장치를 만드는게 정 이사장의 숙제다. PBR은 회사 주식의 장부가치와 비교한 시장가치(주가)다.
거래소에서는 기업밸류업프로그램의 안착을 위해 현재 기업가치 제고노력 우수 기업으로 구성된 ‘코리아 프리미엄 지수’ 등을 개발 중이다. 이달 중 정 이사장의 손을 거쳐 구체안이 공개될 전망이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의 발표 안팎으로 은행, 지주회사 등 저PBR 주식을 두루 담은 ETF가 시장 자금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파두 사태 안팎으로 문턱이 높아진 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역시 정 이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시장 안팎에서는 기술특례상장의 헛점에 대한 지적은 물론 올해 신규 도입된 ‘초격차 기술특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첨단·전략기술기업에 대한 특례 상장 문호를 넓히겠다며 초격차 기술특례를 신설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파두의 공모가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졌다. 큰 틀에서 혁신성을 살피겠다던 금융당국의 방침도 공모가 거품 우려에 다소 사그라 들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적정 공모가를 평가하면서도 혁신성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과제가 정 이사장 손에 떨어진 셈이다.
내년 출범할 대체거래소(ATS)와의 관계 정립, 토큰증권발행(STO)에 따른 신시장 안착도 정 이사장의 주요 현안이다. 특히 ATS의 경우 국내 자본시장 인프라 전반을 다시 한 번 살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ATS 도입 자체가 한국거래소를 지주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에서 시작됐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TS 오픈과 신시장 개설이 금융시스템 전반을 다시 살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증선위원장은 물론 금감원장 등 자본시장 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반의 경험이 있는 경제 관료 출신인 시장의 요구와 당국의 시각을 적절히 조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