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스타트업-ing] 레디큐어 “디지털 엑스선, 치매 환자·가족에게 희망을”
2024년 02월 14일
[IT동아 차주경 기자] 요리사는 칼을 써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의사 역시 칼로 수술을 해서 생명을 살린다. 반면,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은 칼을 휘둘러 사람을 다치게 한다.
방사선도 마찬가지다. 방사선을 엑스레이와 같은 의료기기에 활용해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도구로 만들려는 이들이 있다. 반면, 방사선을 나쁜 용도로 써서 핵 무기와 같은 살상 무기로 만들려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기술과 기기는 쓰는 사람과 목적에 따라 사뭇 다른 효용을 발휘한다.
의료기기 스타트업 레디큐어가 궁리하는 것이 바로 ‘방사선의 긍정 효과를 증대하는 것’이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일반 방사선보다 에너지와 선량이 극히 적은 ‘저선량 방사선’이다. 저선량 방사선을 적절하게 쓰면, 사람의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고 특정 세포나 면역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레디큐어는 저선량 방사선을 고도화, ‘디지털 엑스선’이라는 이름으로 보급한다.
레디큐어는 디지털 엑스선의 첫 활용 영역으로 뇌의 면역계 기능 회복, 즉 치매 치료 시스템을 고안했다. 이름은 ‘헬락슨’이다.
치매 환자의 뇌에 디지털 엑스선을 적절한 시간, 적절한 분량만큼 쏘면 치매 치료와 증상 완화 효과를 발휘한다. 레디큐어를 이끄는 정원규 대표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수십 년 동안 환자들을 돌보면서 디지털 엑스선의 효용을 연구했다. 이미 여러 차례 연구와 실험도 거쳤다.
디지털 엑스선은 먼저 치매 환자의 뇌에서 피곤에 지친 미세아교 세포의 기능을 강화한다. 이 세포는 치매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을 없앤다. 나아가 항염증과 신경 가소성 증진, 세포 재생 효과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엑스선은 아주 작은 양만 써도, 사람의 뇌 혈액 장벽을 일시적으로 여는 효능을 발휘한다. 사람의 뇌 혈액 장벽은 약물을 포함해 모든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다. 그래서 뇌의 질환은 약물로 치료하기 아주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약물이 뇌로 전달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디지털 엑스선을 써서 사람의 뇌 혈액 장벽을 열면 이전보다 30% 이상 약물을 뇌에 바로 전달하도록 유도한다. 즉, 이 기술은 기존의 약물이 효능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돕는 기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레디큐어는 디지털 엑스선이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도 치매 환자들의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효능을 발휘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개발된 특정 치매약의 경우, 뇌내 미세 출혈을 비롯한 여러 부작용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자가 사망한 사례도 나타났다. 디지털 엑스선은 이러한 위험이 없고, 그 자체로 치매 완화 효능을 발휘하면서 다른 약물의 침투도 돕는다.
레디큐어 연구팀은 디지털 엑스선의 치매 치료 효과를 먼저 동물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어 저선량 방사선에 따른 뇌내 세포에서의 유전자 발현 등 추가 기전 연구를 수행 중이다. 정원규 대표는 디지털 엑스선 전용 의료 기기인 헬락슨의 치매 완화 효과가 기존의 암 방사선 치료기보다 더 좋을 것으로 예측한다. 에너지, 방사선 빔 방출 형태 등이 더 우수해서다. 비결이자 경쟁력은 치매 환자의 증상이나 병의 진행도에 따라 가장 알맞은 분량의 디지털 엑스선을 필요한 시간, 필요한 간격으로 치료하는 것이다.
레디큐어는 헬락슨의 시제품을 올 10월 완성할 예정이다. 이어 의료기기 허가 임상 승인을 받고, 2026년 하반기까지 기술과 기기를 고도화하면서 신의료 기술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레디큐어 헬락슨은 초기 치매 환자와 우리나라 사회, 나아가 인류에 여러 긍정 효과를 가져다줄 전망이다.
초기 치매 환자들이 레디큐어 헬락슨으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고 인지 기능의 회복도 기대 가능하다. 레켐비와 같은 현존 치매 치료 약물은 환자의 인지 기능 악화를 27% 내외로 막는다. 반면, 레디큐어 헬락슨은 환자의 인지 기능을 50% 이상 유지하도록 돕는다. 치료 효과도 1년쯤 유지되기에, 매년 한 차례씩 치료 받는 것만으로도 수 년 이상 정상 생활을 하도록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면 자연스레 나라가 소비하는 치매 질환 총 관리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낸다. 우리나라의 치매 질환 관리 비용의 규모는 2022년 기준 18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의료 기기와 약물 구입 비용, 환자들을 돌보고 관리하는 비용을 포함한 것이다.
레디큐어는 헬락슨을 도입한 병원이 2년 안에 투자 비용을 회수할 것으로 계산한다. 치매 환자들도 한결 싼 가격에 좋은 치료를 받는다. 레디큐어 헬락슨이 진료비를 최대 70% 줄일 것이라는 분석 결과도 있다.
정원규 대표는 치매 치료 시스템 헬락슨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목적으로 디지털 엑스선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고도화 중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 판매하는 뷰노(Vuno), 뉴로핏(Nurophet)과 MOU를 맺고 공동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저선량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임상 정보 데이터를 토대로,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방식의 디지털 엑스선 치료 공식을 만들 목적이다.
디지털 엑스선의 효용을 상당 부분 증명한 레디큐어지만, 이 기술을 환자들에게 선보이려면 높고 험준한 산을 넘어야 한다. 먼저 디지털 엑스선 치매 치료 기기인 헬락슨의 완성도를 높이고 양산을 가능케 할 투자금을 모아야 한다. 그러면서 박사급 연구 인력 확충과 대형 의료기기 개발, 하나만 하기에도 어려운 과제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
이들이 연구를 계속하고 도전 과제를 해결하도록 홍릉강소특구와 보건산업진흥원이 돕는다. 이들 기관은 투자 IR 대회를 열어 투자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각종 홍보와 성장 프로그램을 지원해 레디큐어의 살을 찌웠다.
도움을 토대로 레디큐어는 2024년 도약을 꿈꾼다. 먼저 딥테크 팁스를 포함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술력을 알리면서 IR에 집중, 프리 시리즈 A 투자금을 모은다. 이미 디지털 엑스선의 효용을 상당 부분 증명했고 임상 성과와 데이터도 갖춘 만큼, 정원규 대표는 한결 수월하게 투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주도하는 혁신의료기기 과제를 토대로, 해외 유력 병원과의 공동 연구도 시도한다. 공동 연구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을 포함한 해외 정부 의료 기관과의 접점을 만들고, 허가 임상과 추가 연구를 시도해 해외 시장 진출의 주춧돌로 삼을 계획도 세웠다. 이들 도전 과제를 성공리에 마치고 2026년 하반기경 헬락슨을 양산, 우리나라 주요 대형 병원에 공급하는 것이 레디큐어의 계획이다.
정원규 대표는 “디지털 엑스선을 활용해서 치매를 고혈압, 성인병처럼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만들겠다. 경도인지장애를 포함한 뇌 질환이 치매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기술도 연구 중이다. 지금까지 쌓은 풍부한 디지털 엑스선 연구 성과를 토대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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