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거래소 점유율 좌우하는 ‘거래 수수료’
2024년 02월 08일
[IT동아 한만혁 기자] 지난해 10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코빗이 각각 거래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다. 이에 이용자가 몰리면서 점유율이 증가했다. 일시적으로 앞선 거래소의 점유율을 추월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빗썸이 거래 수수료 유료화를 선언했다. 업계 최저 수준에 멤버십 혜택을 강화했지만 거래량이 줄면서 점유율도 떨어지고 있다.
거래 수수료 무료화에 거래량·점유율 상승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면 주문이 체결될 때마다 수수료가 발생한다. 거래 수수료는 거래소마다 다르며, 업비트는 0.05%, 빗썸은 0.25%, 코인원 및 코빗은 0.2% 수준이다.
비록 수치는 작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다. 거래 규모가 적어도 거래 빈도가 높으면 그 부담은 더 커진다. 이에 이용자는 거래 수수료가 낮은 거래소를 선호하게 된다. 이것이 거래 수수료가 거래소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지난해 10월 빗썸과 코빗이 각각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빗썸은 지난해 8월부터 일부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다가 10월 전체 가상자산으로 확대했다. 당시 빗썸은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라며 “사전 이벤트를 통해 이용자 체류시간 및 거래량 증가 효과를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유동성 공급과 이용자 확보를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코빗은 “이용자 거래 부담을 줄이고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을 발표했다. 역시 이용자 확보를 통한 점유율 확대를 기대했다.
실제 효과는 있었다. 빗썸의 경우 9월 10% 안팎이던 점유율이 30%대로 올랐다. 12월에는 일시적으로 업비트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9월 1억 달러(약 1328억 원) 수준이던 24시간 거래량이 10월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 1월에는 50억 달러(약 6조 6300억 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빗은 이벤트 전 100만 달러(약 13억 원) 수준이던 24시간 거래량이 1월 2300만 달러(약 305억 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점유율 역시 상승하면서 12월 한 때 코인원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코빗 집계 기준 201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최저 수수료, 혜택 강화에도 점유율 하락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을 이어가는 코빗과 달리, 빗썸은 지난 5일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4개월 만에 종료하고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발표했다. 빗썸이 새로 책정한 거래 수수료는 0.04%다. 이는 기존 빗썸 거래 수수료인 0.25%보다 84% 낮고 업비트의 0.05%보다도 낮은 수치다.
빗썸은 거래 수수료를 유료화하는 대신 메이커 리워드 혜택을 강화했다. 호가창(오더북)에 올렸다가 체결하는 메이커 주문 이용 시 제공하는 리워드 포인트를 최대 0.01%에서 최대 0.06%로 높였다. 또한 기존 일 10만 원으로 제한했던 리워드 적립 한도도 무제한으로 바꾸고, 리워드 지급 시기도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변경했다.
리워드 포인트는 멤버십 등급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며 멤버십 등급은 화이트, 블루, 그린, 퍼플, 오렌지, 블랙 6가지로 나뉜다. 그중 퍼플, 오렌지, 블랙 등급은 기본 거래 포인트에 메이커 리워드까지 더하면 거래 수수료 0.04%보다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사실상 거래 수수료 무료 혜택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빗썸은 수수료 유료화를 발표하며 국내 최저 수수료, 한층 강화된 메이커 리워드를 강조했다. 하지만 새로운 수수료 정책이 시행되자 거래량과 점유율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수수료 무료가 시행되는 5일 24시간 거래량이 급격히 늘었지만 6일이 되자 5억 5000만 달러(약 7304억 원) 선으로 내려앉았다. 8일 11시 40분 기준 빗썸의 거래량은 약 5억 2000만 달러(약 6905억 원)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수수료 무료 이벤트 전보다는 높지만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점유율 역시 24.5%로 줄었다. 같은 시각 거래소 점유율은 업비트 72.8%, 코인원 2.1%, 코빗 0.5%로 집계됐다.
빗썸 관계자는 “수수료 유료화 시점에 이용자가 몰리면서 점유율이 일시적으로 올랐던 탓에 하락세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수수료 무료 기간의 평균치와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된다”라고 설명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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