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일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브랜드 전문관 ‘K-베뉴’에 공식 입점했다. 국내 식음료 기업이 K-베뉴에 입점한 것은 LG생활건강 자회사 코카콜라음료에 이어 두 번째다.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 제로를 시작으로 생수 아이시스, 펩시콜라 등 전 품목으로 판매 상품을 확장할 계획이다.
제주 삼다수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광동제약도 최근 입점해 삼다수 판매를 시작했다. 삼다수는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브랜드다. 생수 시장 3위 농심 백산수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이다. 롯데칠성 아이시스까지 합치면 생수 시장 1~3위 브랜드가 모두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하는 셈이다.
K-베뉴는 지난해 10월 오픈한 국내 전용 상품 전문관이다.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되며 무료 배송·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서 상품을 직배송하기 때문에 배송 기간도 최대 3일로 짧다.
입점 기업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파격적인 혜택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오는 3월 말까지 K-베뉴 입점 기업에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제로 수수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바탕으로 입점 브랜드를 최대한 끌어모으겠다는 의도다. 시즌 정기 세일 등 알리익스프레스 대규모 프로모션에도 참여할 수 있다. 높은 마진율 덕에 직매입 기반 국내 e커머스와 대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플랫폼 업계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가 해외직구 장벽을 넘어 국내 e커머스 시장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서다. 약점으로 여겨지던 식음료 브랜드까지 보완하면서 사실상 모든 상품군에서 판매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에도 식품은 물론 뷰티·패션 브랜드에 꾸준히 입점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행보를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각종 규제와 인증을 거쳐야 하는 국내 e커머스에 비해 알리익스프레스는 유연한 직구 규제를 이용해 점유율을 손쉽게 늘려나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여기에 필수 소비재까지 판매를 개시한 만큼 단순 해외직구 업체가 아닌 국내 e커머스와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품 안전 인증 이슈나 관세 포탈 사각지대 문제 등은 정부가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파격적인 혜택으로 빠르게 브랜드를 끌어모으고 있다”며 “한국 내 물류센터 건립 이후에는 사업 확장 속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