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자동차와 法] 도로상 장애물로 인한 교통사고의 법률적 문제와 해결방안
2024년 02월 07일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흔히 도로에서는 차대차, 차대보행자 사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경찰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2월 16일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차량 지붕에 쌓인 눈이 얼어 있다가 그대로 날아가 뒤따르던 차량의 앞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달리던 차로 얼음덩어리가 빠른 속도로 날아들어 유리에 박히는 아찔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운전자에게 파편이 튀거나, 시야를 가렸다면 그야말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뻔한 순간이었습니다. 같은 달 12일 영동고속도로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났습니다.
이처럼 도로의 시설물, 포트홀, 화물차의 낙하물, 스톤칩과 같은 장애물로 인해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운전자는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론상으로는 사고 원인을 제공한 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원인 제공자를 찾지 못해서 또는 입증의 부족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원인 제공자를 특정하더라도 법원에서는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명목하에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의 이론으로 피해자들의 온전한 회복을 막고 있습니다.
법률적으로 살펴보면, 법원은 ①도로의 시설물, 포트홀로 발생된 사고 중 도로의 하자로 평가되는 경우라면 아래와 같은 법리로 도로관리청의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공공의 영조물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 책임을 지우고 있습니다.
“공작물의 점유자 혹은 소유자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는 무과실책임으로 피고가 안전 관리의무를 다했다는 점만으로는 면책이 되지 아니한다.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면 설치 내지 보존상의 하자가 인정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단5365509 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18가단15700 판결)
그런데 ‘하자를 즉시 제거하기 어려운 점, 조치를 게을리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 점, 도로의 관리에 있어 재정적, 인적, 물적 제약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도로관리청의 책임을 제한합니다.
②낙하물 사고에서는 장애물을 떨어트린 차량 확인된다면, 떨어트린 차량에 책임 물을 수 있지만 대부분 해당 차량을 찾지 못합니다. 낙하물이 떨어진 후 시간이 흘러 이로 인해 사고가 난 경우라면, 피해자 개인이 가해차를 찾는 것은 대부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런 낙하물에 대해 도로의 설치 보존상의 하자 책임으로 도로관리청에 책임을 물을 여지도 있지만, 낙하물은 도로의 설치 후 제3자의 행위에 의해 통행상의 안전에 결함이 발생된 경우로 봅니다. 도로관리청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장애물을 도로상에 방치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대법원 92다3243 판결) 그 입증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어(대법원 86다카775 판결) 도로관리청에 함께 책임을 묻다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
③주행 중 돌이 튀어 유리가 파손되는 스톤칩의 경우도 법률적으로는 사고 원인 제공자에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조그마한 돌로 발생된 유리파손은 앞차량에서 떨어진 것인지 앞차량이 밟아서 튄 것인지 조차 규명이 안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책임을 물을 주체를 찾을 수 없고 자차보험으로 처리하기에는 사고부담금이 더 커서 보험처리도 하지 못하고 손해는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보완책
이러한 도로상의 장애물로 인한 교통사고에 대한 보완책으로 낙하물의 경우, 사고로 이어지면 교통사고 처리특례법상의 12대 중과실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편입시켰습니다. 낙하물 사고의 경우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상의 정부보장사업에 따라 사망·후유장애는 1억5000만원, 치료비는 3000만원까지보상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보완책, 특히 가해자 특정이나 사고원인에 대한 입증의 문제, 책임제한의 문제로 사고 현장에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의 피해 회복 또한 온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자신이 가입한 자동차상해보험, 자기차량 손해보험으로 사안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해결 방안
다른 교통사고와 달리 시설물, 낙하물, 포트홀과 같은 도로상의 장애물로 사고가 나면, 인재사고가 분명함에도 천재지변과 마찬가지로 그 억울함과 위험부담은 피해자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에서 피해자에게 잘못이 없다면, 적어도 피해자에게 책임이 전가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도로 진입시 도로관리청 직원의 적재불량 단속이 가능하도록 단속 권한을 광범위하게 분배하고 범칙금, 과태료로 인력 비용을 충당한다면 감시인원을 확대함과 동시에 사고 방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적재불량에 대한 범칙금, 과태료가 4~5만원에 불과한데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액수를 상향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또한 정책적으로 도로상의 장애물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 정부보장 사업을 물적 손해에도 확대하고 사고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는 도로관리청에 1차 책임을 지우면 단속을 철저히 할 것입니다. 가해자 특정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피해자만 남는 억울함은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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