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첫 소환한 지 4개월만인 2020년 9월 불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직원들과 함께 9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췄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결심 공판 최종 진술에서 “합병할 때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 없고 주주에게 피해를 주거나 속이려는 의도가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저에게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의 성장과 친환경, 지배구조 선진화 경영, 소액주주 존중,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하는 사명이 주어져있다”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을 포함해 8년째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동안 이 회장의 경영 행보는 좁아졌다. 이 회장은 “연간 출장 중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고 밝힌 ‘선밸리 콘퍼런스’에도 7년째 가지 못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각종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M&A)나 파트너십이 이루어지는 행사다. 삼성전자의 마지막 대형 M&A로는 2017년 미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것이 손꼽힌다.
삼성은 위기에 놓여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15조원 가량 적자를 내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선점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린 것도 미래를 내다본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심 판결에서 법원이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재판은 대법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 측과 검찰 중 한쪽이라도 1심 결과에 항소하면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