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혁신스타트업 in 홍릉] 셀랩메드 “고형암도 CAR-T로 치료하는 시대 열릴 것”
2024년 02월 06일
[IT동아 권택경 기자]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라 하면 우리는 초췌한 얼굴과 빠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모자를 쓴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흔히 탈모를 비롯한 항암치료 특유의 부작용을 상징처럼 떠올리는 탓이다. 1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세포독성항암제는 기본적으로 암세포처럼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죽이는 독이다. 암세포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장, 백혈구 등 빠르게 분열하는 우리 몸의 정상 세포까지도 모두 영향을 받는다. 말 그대로 극약 처방인 셈이다.
이렇게 항암치료가 큰 부작용을 동반하는 건 암세포가 우리 몸에서 발생한 비정상 세포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제거되어야 하지만, 이를 피해 끈질기게 살아남아 암으로 발전한 것이다. 면역 체계로부터의 공격에서 자신을 숨기는 ‘면역 회피’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암세포만 정확히 겨냥해 사멸시키는 게 어려운 이유다.
이 때문에 항암제는 ‘어떻게 암세포만을 겨냥해 죽일 것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잘 찾아서 죽일 수 있도록 돕는 면역항암제가 차례차례 등장했다. 홍릉강소특구의 셀랩메드(CellabMED)는 면역치료제 중에서도 최첨단 치료제로 꼽히는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T cell)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CAR-T는 우리 몸의 면역 세포의 일종인 T 세포에 암세포를 인식할 수 있는 수용체 유전자를 삽입하여 발현시키는 방식의 치료제다. 현재까지 노바티스, 길리어드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CAR-T 치료제 6종이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다만 이들은 모두 혈액암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다. 우리가 암 하면 흔히 떠올리는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 2019년 유영제약에서 스핀오프로 설립된 셀랩메드는 고형암, 그중에서도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 ‘CLM-103’을 개발 중이다. 송성원 셀랩메드 대표는 “교모세포종은 원발성 악성 뇌종양 중 가장 위중하고 치료가 어렵다”면서 “오래 전 나온 화학 항암제 이후 성공적인 치료제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셀랩메드는 CLM-103의 가장 큰 장점으로 뛰어난 선택성, 암세포만 정확히 구별하는 능력을 든다. CAR-T 치료제는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상세포를 공격한다면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인해 큰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에 높은 선택성이 매우 중요하다. 송 대표는 “CLM-103은 정상 세포에는 영향이 없이 암세포만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LM-103의 또 다른 장점은 정맥 주사로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뇌종양이 다른 암보다 치료하기 어려운 건 뇌를 외부 물질로부터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약물이 통과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에 직접 주사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CLM-103은 정맥 주사로도 병소 부위에 도달할 수 있어 더 편리하게 투여가 가능하다.
지난 2021년 말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CAR-T 치료제 중에서는 국내 최초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CLM-103은 현재 임상1상을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2022년 8월에는 국가 신약 개발 사업단 임상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송 대표는 “현재까지 효과의 안정성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결괏값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CLM-103은 현재 교모세포종을 적응증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지만 난소암, 폐암에서도 동물실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했다. CLM-103이 노리는 암세포의 표적이 일부 난소암, 폐암에도 발현되기 때문이다. 임상1상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면 향후 난소암, 폐암 등 다른 고형암으로까지 적응증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셀랩메드에서는 CLM-103뿐만 아니라 신규 개발 항체를 활용한 새로운 CAR-T 치료제인 CLM-104도 현재 개발 중이다. 동물실험으로 다양한 암에서의 효력을 확인한 CLM-104를 셀랩메드는 뇌전이암 치료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뇌전이암은 전이를 일으킨 원발암 종류에 따라 치료가 제한적인데, 다양한 암에 효력을 지닌 CLM-104를 적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LM-202 HESED(solution for HEterogeneity and immunoSuppresive tumor microEnvironment of soliD tumor) CAR-T’라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 개발 플랫폼도 연구 중이다. CAR-T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암마다 환자마다 치료제의 표적지 역할을 하는 특이 항원이 달라져 이를 특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HESED CAR-T는 이러한 기존 CAR-T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암세포를 감염시켜 특이 항원을 발현시키는 바이러스를 활용한다. 바이러스가 치료제를 위해 표적을 마킹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기존 CAR-T 치료제보다 훨씬 범용적이고 효율적인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셀랩메드의 설명이다.
셀랩메드는 CAR-T 치료제뿐만 아니라 항체치료제 개발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이성 대장암의 3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 YYB-101는 현재 임상2상을 마무리하고 여러 제약바이오사와 파트너십을 논의하고 있다. 송 대표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생존율에서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면서 “무진행 생존 기간이 현재 시판 중인 다른 약들은 2~ 3개월 정도지만 YYB-101은 5개월 정도”라고 말했다. 이같은 임상 결과는 지난해 유럽종양학회에서도 발표됐다. 현재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적용한 후속 개발을 진행 중이다.
셀랩메드는 이러한 성과들을 바탕으로 지난 2019년 105억 원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데 이어 2021년에는 233억 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2022년에는 현재 위치한 고려대학교 메디사이언스파크 동화바이오관으로 이전하며 연구소와 CAR-T 치료제 생산에 필수적인 GMP 제조소를 설립했다. 현재 준비 중인 GMP 인증 과정이 마무리되면 자체 시설 및 설비로 연구부터 생산까지 모두 가능한 역량을 갖추게 된다.
GMP 제조소를 갖추게 되는 만큼 향후 홍릉강소연구특구과의 협업과 연계도 모색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홍릉강소연구특구는 특구 내 다른 대학,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면역치료제 개발에 관심이는 기업이나 학교이 있다면 공동 개발과 연구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셀랩메드는 희귀의약품으로 빠른 허가가 가능한 CLM-103이 승인을 받으면 국내에서는 직접 판매, 해외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라이센싱 아웃 계약으로 수익을 실현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들을 바탕으로 올해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상장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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