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미국 CBS 뉴스에 따르면 야생동물 사진작가인 카를로스 가우나는 백상아리의 ‘비밀스러운 삶’을 파헤치기 위해 3년 전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생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필립 스턴과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상어를 수천 시간 촬영한 가우나는 지난해 7월 백상아리가 집단으로 거주하는 샌타바버라 지역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특정 달에 이 지역으로 몸체가 큰 개체들이 모여든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는 특정한 시기에 큰 개체가 모여드는 이유가 ‘먹이’ 또는 ‘생식’일 것으로 봤다.
특히 일부 개체가 임신한 것으로 추정돼 그는 과학계에 “이 지역에서 백상아리들이 출산하는 것 같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가 지목한 지점은 해안에서 불과 약 300m 떨어진 얕은 바다라는 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 깊은 바다에서 출산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 자란 백상아리는 몸길이 최대 6.5m 정도로, 등은 회색 배는 흰색을 띈다. 이날 발견된 새끼는 약 1.5m 정도의 작은 크기에 온몸이 순백색을 띄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날 발견된 새끼가 알비노라고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새끼 상어라고 치더라도 크기가 눈에 띄게 작다는 것이다.
이에 두 사람은 영상을 검토하고 깜짝 놀랐다. 느리게 돌린 영상에서 상어가 헤엄칠 때마다 하얀 층이 몸에서 벗겨진 것이다. 이를 본 스턴은 “세상에, 갓난 백상아리일 수도 있겠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동료 심사를 거쳐 과학 저널 어류 환경 생물학(Environmental Biology of Fishes)에 게재했다.
논문에서는 새끼에게서 분리된 하얀 층을 ‘배아 영양을 위한 분비물’로 보고 있다. 2022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백상아리 모체의 뱃속에서 부화한 새끼는 자궁에서 분비되는 ‘우유’로 영양을 공급받는데, 이날 분리된 하얀색 껍질이 새끼 몸에 묻어 있던 우유가 벗겨진 것이라는 추정이다.
연구팀은 또한 새끼 백상아리가 포착된 지역이 가우나 씨가 지난 수년간 임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백상아리를 촬영한 적이 있는 곳이라는 점을 들어 갓 태어난 개체라는 추정에 힘을 실었다.
가우나는 “새끼가 나타나기 며칠 전 같은 곳에서 임신한 것으로 보이는 큰 상어 세 마리를 촬영했는데 이날 그중 한 마리가 잠수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 백상아리가 나타났다”고 했다.
또한 크기와 모양도 일반적인 새끼와 달랐다. 몸 크기가 매우 작은데다 지느러미가 얇고 끝이 동그랬기 때문이다. 스턴은 “아마도 몇 시간, 길어야 하루 정도 됐을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가우나는 이번 발견에 대해 “갓 태어난 상어를 발견하는 일이 상어 생태 분야의 ‘성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비밀에 도달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인 것은 확실하다”며 “심해에서만 일어난다고 여겨왔던 백상아리 출산이 얕은 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발견된 가장 어린 백상아리는 죽은 모체 뱃속에서 발견된 죽은 개체였다. 만약 이번 발견이 인정받게 되면 현재까지 발견된 백상아리 중 가장 어린 개체가 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