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편으로 중국 랴오닝성 선양 타오셴공항에 도착한 사업가 정모(72) 씨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세관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세관원들은 정씨의 트렁크를 열라고 요구한 뒤, 다이어리를 꺼내 뒤적거리더니 그 안에 부착돼 있던 지도를 문제 삼았다.
지도 안에 대만(타이완)이 별도 국가처럼 표시돼 ‘하나의 중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해당 지도에는 중국 옆에 대만이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굵은 검은색 글씨로 쓰여 있었다.
또한 이들은 가로30cm, 세로20cm의 작은 세계 전도에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까지도 트집 잡았다. 시짱(西藏·티베트) 일대 국경 표시도 모호하다는 것이다.
세관원들은 “조사해봐야겠다”며 정씨를 사무실로 데려가 억류했고, “다이어리에 부착된 지도를 어쩌란거냐. 지도가 부착된 줄도 몰랐다”는 항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정씨는 전했다.
화가 난 정씨가 거세게 항의하고 선양 교민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화로 연락한 끝에 한 시간여만에 풀려날 수 있었다. 정씨는 세관원들이 다이어리에서 해당 지도를 뜯어낸 뒤 물품 보관증을 써주며 “귀국할 때 찾아가라”고 말했다고 했다.
정씨는 30년 가까이 중국을 오가며 사업했지만, 이번 같은 일은 처음이라며 “문제가 된다면 해당 물품만 압류하면 되지 붙잡아둬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중국어를 할 수 있으니 항의라도 했지만, 처음 중국 땅을 밟는 외국인이라면 얼마나 황당하고 두렵겠느냐”며 “누가 중국에 오고 싶어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대만 문제에 있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식할 수 있게 제작된 지도의 유통이나 통관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지도를 문제 삼아 외국인을 억류시킨 이번 사례는 과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경위를 파악 중이며, 정씨에 대한 세관 당국의 조치가 과도한 것으로 확인되면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