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유예안은 25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안 됐다. 여야는 막판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입장 차가 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전날에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관련 사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 2022년 시행된 중처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사망 또는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사고가 일어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오는 27일 법이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사정이 열악한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그대로 규제가 적용된다.
정부·여당은 영세 기업 등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 적용이 이뤄지면 현장에서의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충분한 인력을 갖춰 조치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대규모 사업장도 있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곳에 대부분인 50인 미만 사업자와 종사자도 있다”며 “그 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소규모 사업장까지 (중처법을) 적용하는 것은 정치가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2년 동안 정부가 중처법 적용 확대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중처법이 시행되면서 현장에 혼란이 있다면 준비하지도 않고, 최소한의 안전판을 만들어달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걷어찬 정부·여당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처법 확대 적용 이후에도 여야가 뒤늦게 유예 방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내 지도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며 “25일 본회의에서는 무산됐지만 중처법 확대 적용 이후라도 (정부·여당과의) 협상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