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자동차 디자人] 프랑스 대표 車 브랜드 ‘푸조’ 디자인 수장 ‘마티아스 호산’
2024년 01월 27일
자동차 품질의 상향 평준화로 디자인은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내·외관 디자인이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면, 제품 성능이 좋더라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에 각 제조사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치를 다양한 라인업에 일관적이고 창의적으로 전달할 디자이너 영입에 필사적입니다.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뛰어난 디자이너들은 이같은 고민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지 월간 연재 코너인 [자동차 디자人]을 통해 살펴봅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프랑스에 기반을 둔 브랜드 ‘푸조(Peugeot)’는 1897년 당시 공학자이자 기업인이었던 아르망 푸조(Armand Peugeot)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설립한 자동차 제조사다. 현재는 다국적 자동차 회사인 스텔란티스의 계열인 푸조는 모델명에 ‘0’이 들어간 세 자리 숫자로 차량을 명명하는 특징을 지녔다. 0 앞의 숫자는 차의 크기를, 0 뒤의 숫자는 세대를 의미한다.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 잡은 푸조의 디자인 수장은 마티아스 호산(Matthias Hossann)이다. 그는 2020년부터 푸조 디자인 디렉터로서 모든 푸조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를 포함, 2022 국제 자동차 페스티벌(Festival Automobile International)에서 올해 가장 아름다운 하이퍼카(Grand prix Plus belle Hypercar)’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 개발과 적용을 강조하며 푸조만의 독특한 가치 형성에 나서고 있는 디자인 디렉터 ‘마티아스 호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년시절 205 터보 16, 905 등 푸조 차량에 매료…중국에서 일하며 아시아 경험
1980년생인 마티아스 호산은 유년 시절인 80년대 당시, 205 터보 16(205 Turbo 16), 905와 같은 푸조의 대표적인 자동차를 접하며 브랜드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는 디자인 작업 시 여전히 그 시대의 자동차를 참고하고 있으며, 미술적 차원을 넘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면서도 널리 보급되는 제품 중 하나인 자동차를 디자인한다는 사실이 작업 시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혔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던 마티아스 호산은 산업 디자인을 전공으로 택해 프랑스 스트라트 대학(Strate College)에 진학했다. 그는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며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 이상으로, 우리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사람과 물건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특별한 관계에서 디자인이 시작된다는 깨달음이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성장할 수 있는 큰 자양분이 됐으며, 자동차 디자인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디자인에 대한 자신만의 접근 방식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마티아스 호산은 2002년 당시 푸조의 모회사였던 PSA 그룹에 합류해 시트로엥 차량 외관 디자이너(Exterior Designer)로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PSA 그룹의 다양한 직책을 역임하며 경험을 쌓던 그는 2008년, PSA그룹 상하이 지사의 디자인 총괄직을 맡아 아시아를 경험했다.
그는 중국에서의 경험이 자신의 커리어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회상했다. 예컨대 세단의 2열에도 중점을 두는 것과 같은 아시아 시장만의 특징을 파악하는 일이다. 아시아 시장은 변화에 훨씬 더 개방적이고 기술에 대한 열망이 크며, 받아들이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고 언급했다. 마티아스 호산은 아시아 시장에 젊은 소비자가 많고 ‘빠르게 움직이는 문화’를 가졌기에 뚜렷한 문화를 보인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특히 흥미롭고 혁신적인 한국 시장, 한국 브랜드와의 작업에도 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근무를 마친 마티아스 호산은 2013년, PSA 그룹 디자인 오피스(Groupe PSA Design Office)를 설립하기 위해 푸조에 합류했다. 프랑스 출신인 마티아스 호산은 자신이 어려서부터 매료됐던 브랜드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역사 깊은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인 푸조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푸조로 자리를 옮긴 그는 브랜드의 컨셉 및 첨단 디자인 부서 총괄직으로서 푸조 인스팅트 콘셉트(PEUGEOT INSTINCT CONCEPT), 푸조 e-레전드 콘셉트( PEUGEOT e-LEGEND) 등 다수의 콘셉트카를 디자인하며 브랜드의 전략적 비전 발전에 기여했다.
마티아스 호산은 특히 ‘푸조 e-레전드 콘셉트’를 가장 인상적인 프로젝트로 꼽았다. 푸조 브랜드의 유산을 기리는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균형을 잘 유지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프로젝트는 푸조 내부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으므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마티아스 호산은 콘셉트를 포함한 미래 비전을 설정하며 보인 성과 덕분에 2020년부터 브랜드 디자인 디렉터로 임명, 푸조의 모든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뉴 푸조 408(NEW PEUGEOT 408)과 새로워진 엠블럼과 브랜드의 비전을 처음 반영한 푸조 308(PEUGEOT 308), FIA 세계 내구 선수권 대회(WEC)에 출전하는 9X8 하이퍼카(9X8 HYPERCAR), 푸조 브랜드의 전동화 비전을 형상화한 푸조 인셉션 콘셉트 (PEUGEOT INCEPTION CONCEPT) 등 푸조의 현재와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라인업들이 꼽힌다.
특히 그가 디자인한 뉴 푸조 408 및 푸조 308은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를 수상했으며 2022 국제자동차페스티벌(Festival Automobile International)에선 9X8 하이퍼카가 ‘올해 가장 아름다운 하이퍼카(Grand prix Plus belle Hypercar)’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품이나 경험 제공으로 세상 발전시키는 것…디자이너로서의 사명
마티아스 호산은 항상 끊임없는 발전 추구를 디자이너로서의 철학으로 삼고 있으며, ‘제품’이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세상을 발전시키는 것이 디자이너의 사명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건축과 가구, 요리, 패션과 같이 계속해서 진화하는 영역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각 영역의 창조성이 그 시대에 어떤 발자취를 남겼는지 관찰하는 것을 즐기며, 여기서 얻는 영감들을 활용해 디자이너로서 브랜드와 서비스, 제품에 대한 총체적인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티아스 호산은 디자이너라면 때때로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사항들을 조작해 기회로 전환하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디자인 디렉터 직책을 수행하며,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의 다른 부서와 협업해 글로벌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제시하는 미래 비전이 구성원을 단합하게 만드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기차 시대 실내 경험 강화해야…자동차 디자이너 꿈꾼다면 종합적 시각 갖춰야
마티아스 호산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바라보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자동차 산업은 전례 없는 거대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은 디자이너에게 놀라운 일이며,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함에 따라 자동차 안에서의 경험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내 디자인에 대한 디자이너의 관심과 세심함이 앞으로 강력한 변화를 끌어낼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에게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제언을 부탁했다.
마티아스 호산은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책은 그림을 잘 그려야 하지만, 오늘날에는 세계를 종합적으로 보는 시각 또한 갖춰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는 새로운 기술과 도구를 받아들이고, 우리가 설계하는 자동차와 경험을 통해 완성시킬 보다 긍정적인 환경을 상상하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 혁신이 이뤄지는 다양한 영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 그 속에서 사람과 물건의 관계를 바라보며 얻어지는 깨달음에 자신만의 시각과 접근방식을 더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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