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캐릭터·일러스트 작가 “나의 이야기 담은 ‘내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2024년 01월 27일
[IT동아 한만혁 기자] 캐릭터 및 일러스트 크리에이터(작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술과 온라인의 발전으로 혼자서 창작, 굿즈 제작, 발송이 가능해지면서 작가 수도 크게 늘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다. 혼자서 캐릭터 및 일러스트의 창작부터 스토리 구상, 굿즈 제작, 판매까지 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개인 시간은 물론 잠 자는 시간까지 포기해도 늘 시간에 쫓긴다. 특히 굿즈 제작이나 판매 부분은 기존에 경험하지 않았던 탓에 어려움을 느끼는 작가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다. 인기도나 수익이 일정하지 않은 데서 오는 불안함이다. 그럼에도 작가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
캐릭터 및 일러스트 작가를 위한 굿즈 커머스 플랫폼 ‘트웬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운그림, 미솔미솔, 네온파스텔 작가를 만나 작가가 된 계기, 캐릭터와 작품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활동하고 있는 트웬티에 대해서도 물었다.
캐릭터·일러스트 작가, 고운그림·미솔미솔·네온파스텔
IT동아: 안녕하세요,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작업하고 있는 작품도 함께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고운그림: 안녕하세요. 저는 2019년부터 작가로 활동을 하는 최고운입니다. 작가가 되기 전에는 입시 강사와 IT 회사 디자이너로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무리 열심히 결과물을 내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퇴사를 결심하고 작가의 길로 뛰어들었습니다. 작가명은 고운그림입니다. 유행 타지 않는 이름을 찾으려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마음에 드는 게 떠오르지 않아 제 이름을 활용했어요. ‘고운 그림’ ‘고운이 그린 그림’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습니다.
저는 ‘뿌뿌프렌즈’를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달이, 밤이, 별이, 가루, 오로라 5개의 캐릭터가 있는데요. 사람들이 별에 소원을 많이 빌어 이름 없던 작은 별자리에 생명이 생겼고, 그 생명체가 자신에게 생명을 준 친구들을 찾아 지구로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각 캐릭터는 지구에서 처음 본 동물의 형체를 하고 있습니다. 뿌뿌프렌즈는 최근 아이러브캐릭터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작품이에요.
저는 뿌뿌프렌즈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창작하고 있고요. 수익을 위해 캐릭터 관련 굿즈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소규모로 할 수 있는 스티커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나 유행을 반영하면서 마스킹테이프, 인형, 엽서, 키링, 손수건, 머그잔, 양말 등 다양한 굿즈를 만들었습니다.
미솔미솔: 안녕하세요. 미솔미솔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솔입니다. 저는 콘텐츠 개발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어요. 초기에는 캐릭터를 만들고 브랜딩하는데 뿌듯함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이야기를 넣은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작가 경력은 1년이 조금 안 됩니다.
작가를 시작할 때 친구와 동업했어요. 제 작가명이 미솔미솔인데, 친구 이름에 있는 ‘미’와 제 이름의 ‘솔’에서 따왔어요. 친구와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 고민하다가 저희 둘 다 ‘나는 특별하지 않아’ ‘나는 좀 이상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와 관련된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가기로 했어요.
저희가 창작한 캐릭터는 ‘미구리’와 ‘솔찌’에요. 미구리는 너구리인데 눈가에 무늬가 없고, 솔찌는 다람쥐인데 유난히 덩치가 커서 매일 마을을 부수는 사고뭉치에요. 둘 다 자신의 이상한 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러다 둘이 만나게 되었는데 서로를 보면서 ‘나는 이상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아 갑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희 이야기에요.
일러스트의 경우 이야기를 담기는 좋지만 초기에 수익 내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메모지 같은 문구류 굿즈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이야기를 담은 엽서도 많이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저희 이야기를 모아 동화나 만화책을 내려고 해요.
네온파스텔: 안녕하세요, 네온파스텔 김예은입니다. 저는 현재 요식업 프렌차이즈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작가 일을 겸하고 있어요. 2년 전에 아는 작가를 통해 일러스트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 일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다른 작가가 잘 사용하지 않는 네온핑크 컬러를 중심으로 강렬한 인물 위주의 일러스트를 주로 그립니다. 색깔과 그림체가 저만의 차별화 요소인 셈이죠. 특히 네온핑크 같은 경우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컬러이기도 하고요. 인물 일러스트를 주로 작업하다 보니 아직 메인 캐릭터는 없어요. 그런데 최근에 제 색깔을 반영한 귀여운 캐릭터 ‘아기짱 말롱이’를 발표했어요. 저희 집 강아지를 모티브로 쪽쪽이를 물고 있는 강아지 캐릭터에요.
굿즈는 가성비가 좋다고 판단되면 일단 도전하는 편이에요. 스티커, 엽서, 키링, 아크릴 등신대, 장패드, 에코백 등을 만들었고요. 특별한 것을 만들고 싶어서 온라인 검색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기가 들어 있는 인형 같은 느낌의 버블키링을 만들기도 했어요.
IT동아: 활동 기간이 모두 다른데요. 활동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고운그림: 너무 많아요. 작품 창작, 굿즈 제작, 포장, 배송 등 모든 것을 혼자 하다 보니 매번 시간에 쫓깁니다. 저의 경우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물리적인 시간이 안 돼서 못 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굿즈의 경우 제가 좀 깐깐한 성격이어서 품질이나 내구성을 일일이 테스트하고 검증한 후에 제작하거든요. 고객 응대도 직접 해요. 아직은 저를 보고 주문하는 분이 많아서 직접 소통하고 있어요. 그 외의 상세페이지 제작, 상품 업로드, 포장, 배송 같은 부분은 좀 덜어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에요.
미솔미솔: 저도 고운그림 님과 비슷한데요. 추가하자면 굿즈를 제작할 때 사전에 샘플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워요. 주문 수량이 소량이다 보니 샘플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생겨요. 그럴 때는 상품이 잘 나오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죠.
그리고 저는 밖으로 다니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작가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거의 밖을 못 나가요. 초반에는 신작 구상과 창작, 굿즈 제작하느라 잘 시간도 없었어요. 일주일간 밤을 새운 적도 있고요. 물론 재미있기는 한데 제 생활이 없어지는 것은 조금 아쉬워요. 물론 그런 부분은 팬과 소통하면서 충족하고 있기는 한데 이마저도 시간이 부족해요. 더 많은 분과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러면 작업을 못 하거든요.
네온파스텔: 저의 경우 굿즈 가격 설정이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신인 작가의 경우 주문 수량이 적다 보니 단가를 낮추기가 어려워요. 그렇다고 비싸게 팔면 판매량이 떨어지고요. 적정 가격을 찾기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재고 관리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저의 경우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많은 관심을 받거든요. 다른 작가의 경우 오프라인 행사에서 재고가 남으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데 저는 그럴 수가 없어서 굿즈 제작 시 판매 수량 예측이나 재고 관리가 어렵더라고요.
고운그림: 지금 여러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인 것 같아요. 오늘의 인기가 내일도 이어지지 않고, 유행이 급변하니 새로운 작품을 빠르게 내놔야 하는데 그것이 매번 인기를 얻는다는 보장이 없죠. 아무래도 수익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 저희 작가가 겪는 어려움의 근본인 것 같아요.
작가 입장에서 바라본 트웬티
IT동아: 현재 세 분 모두 트웬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트웬티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그리고 작가 입장에서 직접 써본 소감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운그림: 저는 처음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사용했어요. 사용자 편의성도 좋고 간편한 서비스죠. 그런데 관리자 페이지가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대안을 찾고 있었는데 한 작가가 트웬티를 추천하더라고요. 당시 트웬티가 막 론칭한 때라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면 바로 반영한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사용해 봤습니다.
트웬티의 경우 상품 게재가 좀 불편해요. 스크롤이 너무 길어지고 상품 게시글 복사가 안 되거든요. 저는 판매 품목이 많아서 그것을 모두 등록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초반에는 신상품만 올리다가 서서히 등록 상품 수를 늘렸어요. 지금은 트웬티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경우 신상품이 나올 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트웬티가 특정 기간에만 판매하는 시즌 마켓에 특화되어 있어요. 오프라인 행사가 있으면 그 기간에 맞춰 한시적으로 운영할 때도 좋고요.
미솔미솔: 제가 활동을 시작할 때는 이미 작가 사이에서 ‘굿즈 판매를 생각한다면 트웬티가 필수’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어요. ‘작가 등용문’이라는 말도 들었고요. 실제로 저 역시 트웬티가 저의 작가 생활을 열어준 플랫폼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트웬티의 장점은 메인 배너에요. 문구류 굿즈를 제작하는 작가는 거의 매달 신상품을 내놓거든요. 신상품 마켓을 열면 트웬티 메인에 해당 마켓 배너가 걸려요. 덕분에 구매자 유입에 큰 도움이 되죠. 단 상시 마켓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은 좀 아쉬워요. 그래서 저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같이 운영해요. 신상품은 트웬티에 먼저 공개하고 스마트 스토어에는 상시 마켓으로 활용합니다.
일부 기능은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도 좀 아쉬워요. 특히 구매자가 결제할 때 한 단계가 더 있거든요. 주문 후 결제를 해야하는데 깜빡하는 분이 있더라고요. 그럴 때는 저희가 따로 연락을 해야 해요.
네온파스텔: 저 역시 제가 묻기도 전에 다른 작가가 먼저 이야기해 줬어요. 굿즈 판매는 트웬티에서 시작하라고요. 제가 느끼는 트웬티의 장점은 저를 모르는 사람에게 저를 알릴 수 있다는 점이에요. 굿즈 마켓을 열면 메인에 노출이 되니까 제 팬이 아닌 사람도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인지도가 낮은 신인 작가 입장에서는 그 점이 가장 좋았어요.
그리고 입점 수수료도 타 서비스에 비해 적어요. 저처럼 수익이 적은 작가도 부담을 덜 수 있어요. 다만 아쉬운 점은 웹사이트가 없다는 것이에요. 웹사이트가 있으면 좀 더 많은 사람이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활발한 소통과 존중이 장점
IT동아: 트웬티가 작가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플랫폼이군요.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운그림: 트웬티가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빠르게 대응한다는 점이에요. 사실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저는 IT 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더 잘 알죠.
미솔미솔: 그 부분은 저도 동의해요. 이전에 트웬티가 불편한 점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제가 별 기대 없이 글을 남겼거든요. 그런데 제 의견을 반영한 시안과 작동하는 화면을 영상으로 공유하면서 제 의견을 묻더라고요. 그때 본투비의 진심이 느껴졌어요. 작가를 작가로서 존중하는 플랫폼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네온파스텔: 저도 한 1년 전쯤에 오프라인 행사에서 카드 결제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는데 얼마 전에 해당 기능이 추가됐더라고요. 아무리 작은 의견도 다 듣고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고운그림: 이렇게 작가와의 소통이 활발하니까 작가 사이에서 평이 좋아요. 실제로 트웬티를 추천하는 작가도 많고요. 캐릭터 굿즈를 원하는 타깃 소비자도 많이 모여 있고, SNS에 광고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니 추천을 안 할 이유가 없죠.
미솔미솔: 저는 추천하는데 망설임이 없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아요. 광고비를 들이지 않아도 유입자나 구독자가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 물론 아직 보완할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초기 작가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유용한 플랫폼이에요.
IT동아: 오늘 오랜 시간 많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운그림: 저는 올해 일러스트를 많이 창작하려고 합니다. 저는 캐릭터 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캐릭터를 성장시키려면 스토리를 잘 담아내야 해요. 그러기에는 일러스트나 툰이 유리하거든요. 지난해부터 유튜브와 카툰을 시작했는데 그것과 더불어 올해는 일러스트를 통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고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미솔미솔: 저는 올해 오프라인 행사에 자주 참여해서 팬과 좀 더 많이 소통하는 것이 1차 목표고요. 두 번째는 많은 이야기를 그리는 것입니다. 특히 엽서를 많이 내고 엽서를 통해 소통하고 싶어요. 굿즈도 다양하게 만들려고 해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우리 주변의 물건으로 굿즈를 늘려갈 계획입니다.
네온파스텔: 사실 저는 올해 회사를 그만둘 예정이거든요. 일단은 작품 퀄리티를 올리고 영상이나 3D 분야의 역량도 쌓으려고 해요. 그리고 제 브랜드를 많이 노출하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오프라인 전시회에 참여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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