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판매 대수가 늘어난 것을 넘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등 수익이 높은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 제품이 고른 믹스 개선을 보이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했고, 고수익 차량 중심의 판매로 인한 판매 가격 상승 등 지난해 브랜드력과 상품성 강화에 기반한 수익 구조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전동화 전환을 추진 중인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내연기관 고급차 선전 덕분이다. 지난해 양사 영업이익률은 현대차 9.3%, 기아 11.6%로 글로벌 주요 완성차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테슬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8.2%였다.
현대차·기아가 고수익을 실현한 것은 내연기관 고급차가 밑바탕이 됐다. 투자비 회수기인 내연기관차는 대규모 신규 투자가 필요 없어 팔수록 이익이 더 많이 남는 구조다. 대당 단가가 높은 SUV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가 늘면서 뚜렷한 이익 증가세가 나타났다.
낮은 고정비도 현대차·기아 강점 중 하나다.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가 추격 중인 테슬라가 공장 증설이나 핵심 부품 내재화를 위해 높은 고정비를 지출하는 것과 대비된다.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지난해 양사 친환경차 비중은 현대차 16.5%, 기아 19.1%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차가 효자 상품이 됐다.
정성국 기아 IR담당 상무는 “K5와 K8,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등 주요 차종에 대한 하이브리드화를 선제 대응하면서 선진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올해도 늘려갈 것”이라며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출시했고, 셀토스 등도 하이브리드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주요 국가의 환경규제 강화와 친환경 인프라 투자 증가, 친환경차 선호 확대 등에 따라 친환경차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판매 확대와 생산 및 판매 최적화를 통한 판매 최대화, SUV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 등의 전략으로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다. 올해 연간 판매 목표는 전년보다 0.6% 증가한 424만대로 설정했다. 매출 성장률 목표는 전년 대비 4.0~5.0%로 정했고, 영업이익률 목표는 8.0~9.0%로 세웠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올해 투자 계획에 대해 “양산 차종 수 증가와 미국 조지아 신공장 건설 본격화 등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4조9000억원, 설비투자(CAPEX) 5조6000억원, 전략투자 1조9000억원 등 총 12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도 올해 실적 목표를 지난해보다 더 높게 잡았다. 주우정 기아 재경담당 부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3.6% 증가한 320만대를 판매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 3.4% 오른 101조1000억원, 1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제시했다.
주 부사장은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과 플래그십 전기차 EV9의 글로벌 판매 본격화, EV3 등 전용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기반한 수익성 제고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