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가상자산법 규제 공백 존재, 가이드라인·하위규제 필요
2024년 01월 26일
[IT동아 한만혁 기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법무법인YK가 8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과 과제 : 김치코인, 버거코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 시행을 앞두고 규제의 미비점과 보완점을 지적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행사에서 최진홍 법무법인YK 변호사는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한 가상자산법을 분석하며 부족한 부분을 지적했다. 최진홍 변호사가 언급한 미비점은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 ▲거래소의 이해상충 상황 ▲거래소에 부여한 불공정 거래 감시 의무 ▲시장 조성 행위의 불공정 거래 가능성 ▲정보 비대칭 등 5가지다.
우선 최진홍 변호사는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의 경우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이 규정한 가상자산 정의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실제 가상자산 사업의 일부에 한정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코인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코인리딩방, 비수탁형 지갑 사업자 등은 규율 공백으로 인한 피해자 발생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코인리딩방은 가상자산 사기 범죄 피해자를 모으는 통로,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의 주요 수단으로 이용된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비수탁형 지갑 사업자의 경우 이용자 개인키 관리 서비스를 통해 개인키 탈취, 횡령 등 범죄 가능성이 있다.
이에 최진홍 변호사는 “코인리딩방, 비수탁형 지갑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등록제를 시행하거나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행정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진입 규제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하며 “새로운 법안을 만드는 것보다는 빠른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지적한 미비점은 거래소의 이해상충이다. 가상자산법에 따르면 거래소는 자본시장법의 증권회사, 중개기관, 보관기관, 감시기관 등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거래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거래소 입장에서는 부실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 지원,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것이 최진홍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자본시장법과 같이 거래 지원, 종료 심사 기능을 독립 조직이 수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거래소 내부에 독립 심사위원회를 두거나 자율규제 기구에 심사 권한을 위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세 번째는 거래소의 불공정 거래 감시 의무다. 가상자산법은 거래소에 시장 감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거래소의 불공정 거래 대응 능력 부족, 사업자 부담 가중, 개별 감시 체계로 인해 시장 감시 공조 체계 구축의 한계, 일관된 기준의 부재 등의 문제점을 야기한다.
최진홍 변호사는 “통합적 시장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거래소로부터 시장 감시 기능을 분리하면 감시 기능 소홀 예방, 불공정 거래 적출 가능, 금융당국과의 공조 효율성 증가, 시장 감시 공백 감소, 사회적 비용 감소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 번째 미비점은 시장 조성 행위의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다. 가상자산은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시세 왜곡 위험이 자본 시장에 비해 크다. 자본시장법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조성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법은 시장 조성 행위를 불공정 거래 행위로 간주하고 금지하고 있다.
이에 최진홍 변호사는 “시장조성자 제도를 도입하되, 시장 조성 행위가 불공정 거래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거래 지원, 시장 감시 등의 기능을 제3자가 수행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시행령 등을 통해 악용 방지 체계 구축하기를 권했다.
마지막으로 지적한 부분은 정보 비대칭이다. 가상자산 관련 정보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정보 비대칭 정도가 크다. 이는 균일한 투자 정보 제공을 방해하는 요소다. 하지만 가상자산법은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규정이 미비하다.
이에 그는 금융당국 및 업계 합동으로 가상자산 표준 용어 사전을 만들고 정보 관련 자료 작성 원칙 등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투자자가 가상자산 정보에 실질적으로 접근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진홍 변호사는 “지금의 가상자산법만으로는 투명하고 안정적인 가상자산 시장 구축에 한계가 있다”라며 “이용자 보호 강화, 피해 방지를 위해 앞서 언급한 부분은 추가 입법 전 자율규제, 행정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빠르게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안병남 금융감독원 디지털자산연구팀장은 제기된 미비점에 대해 “현재 규제 공백이 있는 부분은 자율 규제, 하위 규제를 통해 보충할 필요가 있다”라며 “상장, 거래 지원의 경우 거래소와 협의를 통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으며 올해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불공정 행위 관련 가이드라인도 만들고 있다.
안병남 팀장은 “가상자산 시장의 경우 기존 금융시장과 달리 여러 거래소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적지 않다”라며 “거래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자율규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민병덕 의원은 “기술은 발전하고 있는데 시장이 투명하지 않다면 지속 성장이 어렵다”라며 “가상자산 시장 발전과 투자자 보호 사이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족한 부분을 찾고 수정해서 시장도 발전하고 투자자도 보호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입법과 관련해 업계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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