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10년 족쇄’ 단통법 폐지된다··· 스마트폰 구매, 어떻게 바뀔까
2024년 01월 25일
[IT동아 남시현 기자] 정부가 다섯 번째로 개최되는 민생 토론회 ‘생활규제 개혁’을 통해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법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민 쇼핑 편의를 위해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 휴업도 폐지하고,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e-북 콘텐츠가 제외되며 영세 서점의 도서 할인율도 15% 이상 가능해진다. 관련 내용은 국회와의 논의를 거친 뒤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추진될 예정이다.
단말기유통법, 자본경쟁 막고 국민 이익 저해해
단말기유통법은 지난 2014년 도입돼 ‘단통법’으로도 불리며, 휴대전화 개통 시 지급되는 보조금의 상한선 제한이 골자다. 해당 법령의 시행 배경에는 이통 3사가 고객 유치를 위해 과도하게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면서 스마트폰 보조금을 지급했고, 이로 인한 출혈 경쟁이 결국 요금 상승과 고객 역차별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싸게 구매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요금은 모두에게 전가되며 형평성 문제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단통법은 이통 3사간의 출혈 경쟁을 막고, 구매자마다 다른 보조금을 일관되게 제공해 누구나 평등한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문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비싸게 구매하게 됐고, 원래 구매자에게 돌아갔어야 했을 지원금은 통신사에게 남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면서도 통신 요금은 거의 인하되지 않았기에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왔다.
물론 우회적으로 요금을 25%가량 할인해 주는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도입됐지만 자급제나 중고 단말기만 해당되고, 또 선택약정 혹은 공시지원금 중 하나를 선택한 단말기만 받을 수 있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24년이 되어서야 단통법이 폐지 수순에 접어들고, 다시금 보조금 경쟁이 시작될 분위기다.
단통법 폐지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은?
단통법 폐지가 확정될 경우,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직접 보조금을 선택해야 한다. 휴대폰을 구매할 때 원금에서 얼마를 지원금으로 받는지를 직접 따져보고 제품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예전처럼 통신사 정책이나 수급 현황에 따른 보조금 지원 여부 등등 시시각각 변하는 보조금에 맞춰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아울러 보조금 지급의 상한선이 사라지니 가맹점마다 제공하는 리베이트 비용도 고려 대상이 된다. 가장 저렴하게 사려면 보조금이 최대한 많이 나오는 시점에 가장 이윤을 적게 남기는 대리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10년 전처럼 스마트폰 페이백을 기다리며 새벽에 줄서기를 하거나, 뜬금없는 시간에 이동통신사가 보조금을 살포하는 등의 현상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과 당시 스마트폰 시장의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피쳐폰(일반 단말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는 시절이었다. 이 때문에 이동 통신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손해 보더라도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무제한 출혈 경쟁을 펼쳤었다. 하지만 지금은 LTE와 5G를 포함해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97%에 달하므로, 굳이 출혈 경쟁까지 해가면서 소비자 뺏어오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
또한 자급제 및 중고 스마트폰 사용이 자리 잡았다. 그간 스마트폰 자급제를 사용해 온 이유는 매달 높은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또 25%의 선택약정할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단통법이 폐지돼 지원금을 받더라도 선택약정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자급제나 중고 스마트폰을 써야 할 것이므로 단통법 여부와 관계없이 이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외에도 단말기 보조금과 관계없이 알뜰폰을 구매해 월 이용 비용을 낮추는 경우, 사전예약 등 비대면 및 온라인으로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진 점, 스마트폰의 길어진 수명으로 굳이 보조금을 받으면서 제품 갈아타기를 하지 않게 된 점 등등도 영향을 미친다.
충분히 성숙된 스마트폰 시장, 큰 변화는 없을 듯
시장에서는 과거처럼 스마트폰 보조금 경쟁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1월 23일 기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 주가는 -0.81~0% 내외 보합세를 기록 중이다. 치열한 보조금 경쟁이 벌어질 것 같았다면 진작에 마케팅 비용으로 인한 손실 예고로 주가가 하락했겠지만, 주주와 시장 모두 과거처럼 시장이 후퇴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 역시 사업자 간 출혈 경쟁과 소비자 차별 행위는 계속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단통법이 폐지된다면 예전처럼 가게마다 스마트폰 가격이 다 달라서 발품을 팔아야 하는 시대가 다시 올 것이다. 그래도 이통사나 가게, 시간 및 정책에 따라 가격대가 큰 폭으로 요동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소비자들 역시 구매 시기를 기준으로 통신사별 보조금과 정책에 따라 합리적인 선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게 당연시될 것이다. 예전과 달리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준다는 것 자체가 다 요금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소비자들도 알기 때문이다.
단통법의 유산이라고 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스마트폰 요금제와 비용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점이다. 그간 여러 차례 스마트폰을 바꾸고 비용을 지출해 본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는 누구든 ‘휴대폰을 무료로 주나요?’가 아니라 ‘그래서 다 합쳐서 월 요금이 몇 개월동안 청구되는 건가요?’라고 물을 정도가 됐다. 단통법이 사라지면 당장 시장에 혼란은 오겠으나,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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