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단통법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포퓰리즘 식 입법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는 우려하고 있다. 반면 유통점은 대체적으로 환영 입장을 표시했다. 통신 유통시장 근본 구조를 바꾸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도 단통법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단통법 폐지 방침을 밝힌 후 이동통신 산업계 및 정치권 의견과 이해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단통법 폐지는 법률 개정 사안이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하면, 국회 논의를 거쳐 법안을 통과시키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단통법의 폐해를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법안제정을 추진할 당시부터 지적해왔다며, 총선을 80여일 앞둔 윤석열 정부의 폐지 추진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민주당은 단통법의 경쟁 제한 효과 폐해를 이전부터 지적해왔다”며 “정부 여당이 단통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성과·폐해에 대한 분석, 그리고 그에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현 여당 주도로 단통법을 제정한 데 대한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은 가계통신비 인하, 이용자 후생 확대를 위해 단통법 폐지를 포함한 개선 방안을 검토해 왔다”며 “단통법 폐지와 부작용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제도개선의 실행 로드랩을 만들어 이용자 후생 확대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정부의 단통법 폐지에 전면적인 협조는 선을 그었다는 분석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성명 등을 통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일반 알뜰폰 대부분이 유심판매 위주이며, 단말은 소비자가 시장에서 직접 자급제폰을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말 결합 판매에 적극적인 일부 대형업체는 영향이 있겠지만, 대부분 업체는 영향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유통업계는 찬성 입장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국내 통신 유통점이 단통법 이전 약 3만개에서 시행 이후 1만5000개 수준으로 줄었다”며 “소상공인, 골목상권 살리기 차원에서 단통법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이통사의 자유로운 경쟁 과정에서 지원금이 확대되고, 유통시장에 활기가 돌기를 기대하고 있다.
통신사는 단통법 폐지로 인해 마케팅비 확대와 25% 선택약정할인 유지로 인한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부의 핵심 정책임을 감안해 입장을 표시하는 데 조심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일부 통신사 관계자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단통법 폐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완전 자급제는 통신사는 단말 결합 판매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가전 등 유통점에 단말 판매를 완전히 맡기는 형태다. TV·냉장고 가격이 유통채널 별로 다르듯이 스마트폰에 대해서도 유통점간 경쟁을 촉진해 구매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노린다.
국회 사무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조기열 수석전문위원)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한 단통법 폐지안에 대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단통법의) 개별 조문은 이용자 보호와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을 위해 존치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