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베트남에 구축 중인 FC-BGA 공장을 2분기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는 당초 2023년 하반기 베트남에서 FC-BGA를 생산할 방침이었으나 일정이 다소 미뤄졌다. 주요 설비는 반입한 상태며, 일부는 공급이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기는 지난 2021년 12월 베트남 법인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FC-BGA 생산 설비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 정체와 가격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떨어진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대신 고부가 사업인 FC-BGA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기판이다.
기술진입 장벽이 높아 세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이 10여개사로 꼽힌다. 공급이 한정된 가운데 CPU·GPU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 영향으로 수요가 늘어 FC-BGA가 유망 사업으로 부상했다. 실제 삼성이 베트남 투자를 결정한 2022년 LG이노텍도 FC-BGA 사업에 진출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변수가 됐다. 공급이 부족하다며 FC-BGA를 찾던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의 수요가 갑자기 줄어든 것이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2023년 세계 반도체 매출은 5330억달러로, 2022년 대비 11.1%나 감소했다. 갑작스런 반도체 시장 침체에 FC-BGA 주문이 줄었고, 삼성전기는 이에 베트남 공장 가동을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2022년 1월에 열린 실적 설명회에서 베트남 투자에 대해 “2023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해 2024년부터 매출에 본격 기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베트남 공장이 본격 가동에 돌입하는 시점은 2분기다. 장비 반입을 끝내고 1분기 시험 생산 후 2분기 양산, 공급이 예상된다.
세계 FC-BGA 시장은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이 세계 시장에서 1, 2, 3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 LG이노텍 외 대덕전자가 FC-BGA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