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같은 기존 우주론은 새로운 관측 결과로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우주론을 재정립하기 위한 새로운 가설적 개념이 될지는 꾸준한 논쟁의 대상이지만, 우주론의 통계적 타당성 붕괴가 이뤄진다는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영국 랭커셔대 제레미아 호록스 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제243회 미국천문학회(AAS)에서 ‘빅링’이라는 이름이 붙은 고리 구조의 거대 천체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빅링은 지구로부터 90억 광년 이상 떨어진 위치의 목동자리 근처에 형성돼 있는 천체로 지름이 약 13억 광년에 이르는 규모다. 이는 빅링을 지구에서 맨눈으로 관측 가능하다고 가정했을 때 보름달 15개를 합친 것과 비슷한 크기다.
연구팀은 우주 은하 3차원 분포 지도를 완성하는 천문 관측 프로젝트인 ‘슬로안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DSS)’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번 관측 결과를 획득했다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이에 앞서 지난 2021년에도 목동자리 근처에서 전체 지름이 약 33억 광년에 달하는 ‘자이언트 아크’라는 거대 천체를 발견하기도 했다. 당시 관측 결과 자이언트 아크는 은하 성단과 가스, 먼지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연구팀은 확인했다.
이러한 관측 결과를 두고 학계는 기존 우주론으로는 이들 거대 천체에 대한 설명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대 우주론에 의해 우주 내 물질은 균일하게 분포돼 있으며, 인류가 관측 가능한 우주 공간 범위 내에서 이들 거대 천체와 같이 특별히 더 많은 물질을 가진 영역은 존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 우주론에서는 예외적으로 중력이 불안정한 우주의 특성에 의해 거대한 천체가 형성될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이 역시도 우주론에 따라 우주 물질의 균등한 분포 특성을 고려한다면 단일 천체의 크기는 12억 광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정의하고 있다.
반면 빅링과 자이언트 아크가 이 같은 우주의 균일성을 무너뜨리는 불규칙성을 나타내면서 학계는 이들 거대 천체가 서로 연결된 또 다른 거대 우주 시스템의 일부일 것이라는 가설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들 거대 천체 존재 가능성을 설명하는 또 다른 가설은 ‘우주 음향 파동’ 현상으로 우주를 이루는 중입자 물질 밀도가 변화함에 따라 생긴 유형의 천체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 우주론의 근간인 빅뱅 우주론을 뒤엎는 새로운 단서가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태초의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대폭발에 의해 만물의 최소 입자인 점으로부터 탄생했다는 빅뱅 우주론으로는 이 같은 거대 천체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결국 이러한 거대 천체는 빅뱅 우주론과 달리 우주의 기본 입자는 ‘진동하는 끈’이라는 끈이론에 의거, 우주 물질이 뭉치면서 탄생한 대규모 단층선이 이러한 거대 천체로 발견된 것이라는 의견이다.
학계는 이처럼 기존 이론이 위협받는 점이 인류의 우주 관측 및 분석의 정확도 향상에 따른 것이라고 역설한다. 현시점의 우주론 또한 짧은 역사 속에서 위협과 논쟁, 보완을 거쳐 완성된 만큼 빅링이나 자이언트 아크와 같은 천체의 발견 역시 지속적인 논쟁과 보완을 위한 발전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학계는 또 우주 관측 기술 발전은 기존의 우주 모형을 재고하기 위한 목적이자 동시에 새로운 우주론의 정립 필요성을 내포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향후 새로운 거대 천체 존재 발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