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소식 및 활용하기] [CES 2024] 역대 최대 규모로 마무리된 CES··· ‘2% 아쉬움’ 남긴 대한민국
2024년 01월 20일
[IT동아 남시현 기자] 소비자 가전 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 2024)가 현지 시간으로 12일 막을 내렸다. CES 2024는 4300여 개 이상의 참관사와 1400개 이상의 유레카 파크 스타트업이 참여했으며, 전 세계 150여 개 국가에서 13만 5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시 규모도 작년 대비 15% 커졌으며, 250개 이상의 콘퍼런스 세션에 1000명 이상의 연사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행사가 진행됐다.
또한 CES 2024의 혁신상에 인공지능 부문이 신설되었고, 사상 최고치인 3000개 이상의 작품이 출품돼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총 27개만 주어진 최고혁신상도 국내 기업이 휩쓸었다. 중소벤처 및 스타트업에서는 텐마인즈의 모션필로우, 로드시스템의 모바일 여권 신원인증 시스템, 만드로의 마크7, 탑테이블의 IINK 4D 푸드 프린팅 시스템, 미드바르의 에어팜, 원콤 스튜디오랩의 셀러 캔버스, 지크립토의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까지 총 7개 기업이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중견 및 대기업도 HL만도의 파키(Parkie), LG전자의 83인치 4K OLED 무선 TV 및 4K 시그니처 OLED T, 삼성 더 링크 및 2D/3D 게이밍 모니터까지 다섯 개가 최고 혁신상을 차지하면서, 최고혁신상의 절반을 한국 기업이 수상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박람회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주목할만한 국가로 부상한 셈이다.
한국관 통합, 대한민국 브랜드 성장과 시너지
기자는 코로나 19 직전인 2020년에 CES를 다녀왔다. 이때 기사에서 ‘주요 선진국인 프랑스는 라 프렌치, 영국은 UK 파빌리온, 일본의 J-스타트업은 공동으로 관을 갖춘다. 반면 한국은 국가기관과 국책 연구기관, 대학교, 지자체가 각각 관을 마련해 그만큼 관람객이 분산되고 찾기도 어렵다’라고 서술한 바 있고, 실제로도 많은 참가자들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래서 CES 2023에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나왔고, CES 2024에 비로소 ‘K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의 통합 브랜드로 유레카 파크에 자리를 잡았다. 올해 한국통합관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 등 총 32개 기관, 433개 기업이 통합하여 나왔으며, 각 위치가 분산되어 있던 이전과 달리 통합관은 모두 붙이고, 별도 이름으로 나온 기관 및 단체도 함께 배치해 통일감을 주었다.
덕분에 현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대한민국 스타트업들의 존재감이 강했다. 두 개의 SBA 부스와 KOCCA 부스, 세 개의 대형 KOTRA 부스와 창업진흥원 부스가 크게 배치됐고, 그 바깥으로도 대전시와 카이스트, 한국 수자원 공사 등이 넓게 포진해 있었다. 이로 인해 존재감이 강했던 일본 J-스타트업 부스를 한국관이 완전히 둘러싸버렸고, 규모가 큰 대만 스타트업 아레나 조차 한국관 내에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시선과 홍보가 집중되는 것 물론,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저력이 그 어느 국가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선례로 남았다. 현재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한국통합관은 매년 그 규모를 키울 것이므로 더 존재감이 강해지리라 본다.
주목도 높은 대한민국 기업 부스, 삼성전자만 ‘글쎄’
CES에서 가장 많은 참관객이 몰리는 곳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를 중심으로 하는 테크 이스트다. 테크 이스트는 핵심인 가전을 비롯해 오디오 및 비디오, AI, 로봇, 디지털 헬스, 엔터프라이즈, 핀테크, 차량 기술 등이 전시되며, 웨스트홀과 센트럴 프라자 일대에서 차량 기술 및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이 대거 전시돼있다. LVCC의 관람객은 스타트업 중심의 유레카파크나 콘텐츠 및 브랜드 관련 현장인 C스페이스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매년 그 중심에 우리나라가 있었다.
올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부스는 단연 LG전자다. LG는 예전부터 CES를 통해 차세대 텔레비전 등을 전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초대형 전시 부스를 마련해 왔다. 올해 역시 반투명 TV인 LG 시그니처 OLED T를 중심에 전시했으며,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인 LG 알파블을 비롯해 스마트 홈 AI 에이전트, LG 랩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SK 역시 탄소 감축, AI 기술 등을 소개하기 위해 테마파크를 주제로 한 부스로 대형 전시장을 열었으며, 자체 개발 메티버스인 ‘칼리버스’를 앞세운 롯데정보통신이나 서울반도체, 바디프랜드 등의 국내 기업들이 센트럴 홀에서 손님을 맞았다.
22년부터 문을 연 LVCC 웨스트 홀도 한국 기업의 주목도가 높았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가 각각 부스를 마련했고, 두산과 HD현대, HL만도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행사장 중심부에 자리를 마련했다. 차량 및 인프라는 전문 분야여서 상대적으로 관객 수가 적고, 또 경쟁도 많다 보니 그만큼 국내 기업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기업 특유의 부스 디테일과 체험 중심의 행사장이 인기몰이를 했다. 특히 두산과 HD 현대는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거나 타볼 수 있는 어트랙션을 마련해 화제를 끌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부스는 상당히 미온적이라는 느낌이었다. 삼성전자는 앞서 ‘퍼스트룩’이라는 행사를 통해 이미 제품 소개를 마쳤고, 오는 1월 18일 자체 행사인 ‘갤럭시 언팩 2024’를 앞두고 있다. 즉 자체 행사 등 주목도가 높은 행사에 여력을 쏟는 모습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부스는 중심부를 기준으로 TCL 부스보다 밀리는 위치에 있었고, 한쪽 입구로만 진입할 수 있어서 동선이 좋지 않았다.
부스에 전시되는 제품들도 신제품 위주긴 했지만, 18일 공개될 새로운 갤럭시 제품은 당연히 공개되지 않았다. 또 스마트싱스 기반의 사물인터넷 기술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많아 흥미로운 요소가 부족했다.
그리고 한국 기업의 부스들이 차별화를 이유로 폐쇄형 부스를 마련한 점도 지적할만한 요소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이노텍의 경우 외부에서 부스를 들여다볼 수 없고, 굳이 줄을 서서 한쪽으로만 입장해야 하도록 부스를 만들었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무엇을 전시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시간에 제약이 많은 관람객은 굳이 기다리게 만들어야 했을까 싶다.
그나마 현대차의 경우 현대차의 미래 비전과 관련한 새로운 영역을 전시했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는 퍼스트룩에서 공개한 제품과 스마트싱스 기능으로 부스를 꾸몄다보니 기다린 사람으로 하여금 아쉬움을 느꼈지 싶다.
이외에도 LG이노텍의 경우도 부스 절반을 초대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LG전자 역시 2층에 별도로 비공개 부스를 마련하거나 OLED 터널을 VIP에게만 열어주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참고로 인텔의 경우 미디어 행사는 초대 중심이지만, 쇼케이스 참여는 배제하지 않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CES 자체가 대중 행사가 아니긴 하지만, 굳이 폐쇄적으로 만드는 게 좋은 것인지는 되짚어볼 일이다.
성공적인 마무리, 배타적 성향 개선해야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CES 2024 전반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은 ‘드디어 AI로 보여줄 만한 게 생겼다’였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인공지능이라는 주제가 CES에서 거론됐지만, 딥러닝, 기계학습 등 소비자에게 보여주기 힘든 영역이어서 계속 겉돌기만 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쉽게 이해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생겼고, 이로 인해 AI가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AI 생태계는 이제 확고한 트렌드로 굳어졌고, 다른 모든 산업 분야가 AI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점이 CES 2024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위상이 돋보인 해이기도 했다. 유레카파크의 한국 통합관은 한국 스타트업의 강력한 생태계와 저력을 동시에 보여주었고, 기조언설부터 미디어데이까지 곳곳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뚜렷했다. 하지만 글로벌 기자간담회로 일정을 잡아놓고 정작 사전에 허가받은 한국 미디어만 출입을 허가한다거나, 폐쇄형 부스로 관람객의 참여를 배제하는 등 곳곳에서 잡음도 있었다.
바다만 넘으면 우리 모두가 외교관이라는 말이 있다. 행동, 말투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앞으로도 CES에서 꾸준히 주목 받으려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인 모두를 포용하는 태도로 임해야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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