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스타트업人] 미국 AI검색 판 바꾼다, 라이너 ‘해외 마케팅 팀’ 이야기

[IT동아 차주경 기자] ‘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IT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정작 해당 인재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예를 들어, 같은 부서, 같은 직함을 가진 구글의 인재와 페이스북의 인재는 똑같은 일을 할까요?
UCI 스타트업 동아리와 팀 패널토크를 진행한 라이너 / 출처=라이너
UCI 스타트업 동아리와 팀 패널토크를 진행한 라이너 / 출처=라이너

이번에 IT동아가 만난 스타트업인은 글로벌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 ‘라이너(Liner)’의 마케팅 팀입니다. 우리나라 토종 스타트업이지만, 라이너는 세계 220개 나라에서 사용자 1100만 명을 확보할 만큼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습니다. 2023년 11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지사를 마련,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검색 시장에 인공지능을 전파하는데 앞장섭니다.
라이너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신뢰 가능한 출처를 토대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검색 도구’인 덕분입니다. 답변마다 인용한 문서 링크와 인용구, 내용 미리보기 등 사용자가 출처를 명확하게 알아보도록 돕는 풍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덕분에 심플큐에이 벤치마크(SimpleQA Benchmark, 인공지능의 답변이 얼마나 정확한지 판단하는 시험)에서 라이너는 93.7점, 라이너 프로 리즈닝은 95.3점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퍼플렉시티 프로는 90.6점, 구글 제미나이 2.0은 84점, 오픈AI GPT4.5는 62.5점입니다.
세계 주요 LLM들의 심플큐에이 벤치마크 점수 / 출처=라이너
세계 주요 LLM들의 심플큐에이 벤치마크 점수 / 출처=라이너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사에 있는 라이너 마케팅 팀은 이 성과를 토대로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술의 저력을 알립니다. 물론, 이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세계 선진국의 연구 기관과 대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 개발 중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라이너 마케팅 팀은 어떻게 해외에서의 경쟁력을 확보 중인지, 어떤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어떤 성과를 얻고 발전했는지 들어봅니다.
IT동아 : 라이너에서 각자 어떤 역할을 하나요?
윤석진(이하 알렉스) 라이너 미국 지사 총괄 : 팀 구축과 마케팅 전략 수립, 석박사 연구자들과 협력해 새로운 제품 기회와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등 라이너의 미국 사업 전반을 이끕니다. 라이너를 미국 시장에 보급하려고 2년 전 샌프란시스코로 보금자리를 옮기기도 했어요.
윤예람(이하 테미) 라이너 프로덕트 마케터 : 제품과 시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라이너가 미국 소비자에게 매력을 발휘하도록 메시지를 설계하고 이를 널리 알릴 홍보 전략을 세웁니다. 소비자 인사이트와 시장 반응을 분석해 라이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제 업무입니다.
조윤성(이하 클레어) 라이너 프로덕트 마케터 : 저는 라이너의 외부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동시에 인터뷰, 경쟁사 조사 등 미국 인공지능 검색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는 일을 합니다. 미국 시장의 흐름을 한국 사무실과 공유, 라이너가 세계 곳곳에서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펴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라이너 샌프란시스코 이전 사무실에서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라이너 팀, 한국 팀원들도 주기마다 샌프란시스코 지사에 출장을 간다. / 출처=라이너
라이너 샌프란시스코 이전 사무실에서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라이너 팀, 한국 팀원들도 주기마다 샌프란시스코 지사에 출장을 간다. / 출처=라이너
IT동아 : 라이너에 합류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알렉스 : 대학 재학 때부터 세계인이 쓰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꿈을 꿨어요. 그래서 전공을 물리학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로 바꾸기도 했고요. 자연스레 기술 스타트업을 주목했고, 라이너와 만났습니다. 라이너의 세계 사용자 비중은 90%에 달해요. 미국 대학생과 석·박사 과정을 밟는 학생들도 라이너를 주로 씁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 기술 시장에서 혁신과 목표를 토대로 성장하는 라이너를 보고 함께 도전하고자 합류했습니다.
테미 : 미술대학 졸업 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중, 외주로 라이너의 유튜브 광고 제작을 맡았습니다. 라이너는 매년 급격한 변화를 거치며 성장하는 스타트업이었어요. 저 역시 라이너와 함께 도전하고 배우며 성장하려고 마케팅 디자이너로 입사했고, 여러 번 직무를 바꿔 지금은 프로덕트 마케터 일을 합니다.
클레어 : MBA를 마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턴십에 참가하던 중 라이너와 만났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과 안착이라는 도전 과제에 제가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UC Davis 해커톤에서 라이너를 소개하는 알렉스 / 출처=라이너
UC Davis 해커톤에서 라이너를 소개하는 알렉스 / 출처=라이너
IT동아 : 각자 가진 역량을 라이너에서 어떻게 발휘하고 있나요?
알렉스 : 라이너의 첫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면서 5명으로 시작한 팀이 50명 대규모로 성장하는 과정을 주도했습니다. 매번 새로운 책임과 도전에 직면했고, 이것을 해결하면서 분석하는 사고방식과 도전하는 자세를 배웠어요.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만나도 세계 시장에서의 성장이라는 꿈을 항상 놓치지 않는 것도 이 덕분입니다. 미국의 대학과 스타트업, 파트너 기업과 끊임없이 도전하고 협력하며 라이너의 해외 진출 전략을 실행 중입니다.
테미 : 유튜브 광고 기획과 제작, 퍼포먼스 마케팅 등 마케팅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가로 일한 덕분에 다양한 실무를 경험했습니다. 라이너가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 이해와 소통, 인사이트 수집을 원활하게 하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 중이예요. 스스로 필요한 부분을 찾아 해결하는 능력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품의 방향성과 시장 진출에 직접 기여하는 프로덕트 마케터 역할도 합니다.
클레어 :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산업계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혁신 제품을 알리는 것은 제게 큰 동기를 부여합니다. 이 동기 덕분에 라이너를 세계에 알릴 마케팅을 적극 전개해요. 다른 팀과 협업해서 성과를 내는 것, 앞으로는 이를 토대로 라이너의 세계 사업의 규모를 넓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고객 인터뷰 중인 테미 / 출처=라이너
고객 인터뷰 중인 테미 / 출처=라이너
IT동아 : 해외 시장에서 활동하기 전, 가장 우려하거나 두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알렉스 : 불확실성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라이너의 미국 시장 진출이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인공지능 시장의 경쟁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이 가운데 라이너 한국 본사와 미국 지사의 협력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 모든 것이 고민이었습니다. 라이너 팀의 유연한 문화와 리더십이 고민을 해결할 열쇠였습니다. 덕분에 라이너는 미국 진출 첫 해에 사용자 수를 10배 이상 늘렸고,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가진 인공지능 컨슈머 비즈니스로 인정 받아요.
테미 : 미국 사용자들의 문화와 감성은 우리나라 사용자들의 그것과 현격하게 다릅니다. 한국에서 만든 마케팅 전략과 광고가 미국 사용자에게 효과를 발휘할지 감을 잡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라이너 미국 지사로 넘어가 현지인과 시장을 직접 관찰하고 신속하게 반응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클레어 : 미국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기에 마케팅 전략 수립 자체는 익숙했어요. 한편으로는 라이너 한국 본사와 지사가 가장 큰 상승 효과를 내도록 이끌 협업 방식을 궁리해야 했습니다. 꾸준히 소통하며 방법을 찾고, 빠르고 효과 좋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너 샌프란시스코 위워크 사무실 / 출처=라이너
라이너 샌프란시스코 위워크 사무실 / 출처=라이너
IT동아 : 실제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친 장벽,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고 이것을 어떻게 해결했나요?
라이너 마케팅 팀 : 어려운 점이 아주 많았어요. 한국과 미국은 문화의 차이만큼이나 사람들의 소통 방식이 다릅니다. 초기 네트워크 구축, 미국의 주마다 다른 법규와 규제를 파악하고 여기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어려웠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광고를 기획하고 제품의 메시지를 만들어야 했어요. 처음에는 자극적인 광고를 기획하거나, 소비자의 선호도를 가정해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을 여러 번 시험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어요. 고객과 잘 소통하지도, 이들을 잘 이해하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깨달은 이후, 라이너는 도전 과제를 해결하려 다양한 전략을 시도했습니다. 고객과의 소통 방식, 제품 개발 절차까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시행 착오를 겪고, 그 과정에서 더 효과 좋은 접근법을 찾아 조금씩 개선했습니다.
UC 버클리 캠퍼스에서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설명하는 라이너 / 출처=라이너
UC 버클리 캠퍼스에서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설명하는 라이너 / 출처=라이너
먼저 고객과의 소통 경로를 넓혔습니다. 고객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전략을 세웠는데, 덕분에 그 때까지 간과하던 고객의 니즈를 더 깊게 이해했습니다. 미국 현지의 어드바이저, 석·박사 학생 커뮤니티와 협력해 고객을 만나고 시장을 조사했습니다.
이 고객 니즈를 한국 본사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마케터가 제품 조직에 합류해 메이커와 긴밀히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매주 고객 인사이트 세션을 열고 사내 구성원과 고객 니즈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라이너의 주요 기능 ‘원 클릭 출처 인용(One-Click Citation)’ 기능이 이렇게 만들어졌고, 미국 학생 고객을 사로잡은 비결이 됐습니다.
라이너의 원 클릭 출처 인용 / 출처=라이너
라이너의 원 클릭 출처 인용 / 출처=라이너
IT동아 : 이 과정에서 느꼈던 가장 큰 성취감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알렉스 : 미국 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 라이너를 소개하고 피드백을 받은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대학교 커뮤니티와 함께 숨 쉬며 매번 200~300여 명의 학생을 만났고, 이들과 라이너를 활용하며 의견을 나눴습니다. 그 과정에서 라이너가 사회의 일부로 자리 잡는 것을 체감했어요.
테미 : 처음 고객을 만나 인터뷰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네요. 처음 미국에 갔을 때에는 네트워크의 범위가 적어 매일 발로 뛰며 고객을 만났습니다. 그 때마다 라이너를 보여주며 피드백을 받았고요. 그러다가 ‘유저들은 출처 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는 값진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저는 출처 제공을 그냥 부가 기능으로 여겼는데, 고객들은 출처 정보를 인공지능의 중요 신뢰 근거로 여겼습니다. 마침 그 시기에 인공지능이 잘못된 답변을 내놓는 환각 문제가 두드러졌어요. 어떤 정보를 토대로 답변했는지 밝히는 라이너의 출처 정보는 고객에게 아주 좋은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덕분에 이 기능을 강조하고 개선해 라이너를 ‘신뢰 가능한 인공지능 리서치 서비스’로 알렸어요.
라이너 캠퍼스 앰버서더 활동 사진 / 출처=라이너
라이너 캠퍼스 앰버서더 활동 사진 / 출처=라이너
IT동아 :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라이너 팀 :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한국 사용자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펼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적절한 데이터가 부족할 가능성이 높고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은 ‘해외 사용자를 직접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직관으로 접근하면 실패할 것입니다. 해외 사용자를 만나 그들의 삶과 문제를 깊이 이해한 다음 제품과 서비스의 방향성을 설정해야 합니다. 목표와 각오는 유지하되, 실행은 한결 유연하게 해야 해요.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와 변화에 빠르게 적용하는 태도를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라이너 샌프란시스코 위워크 사무실 / 출처=라이너
라이너 샌프란시스코 위워크 사무실 / 출처=라이너
IT동아 : 라이너 마케팅 팀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각오를 밝혀주세요.
라이너 팀 : 라이너가 세계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도 속속 나오지만, 저희는 아직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세계 각국의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강화,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게 할 것입니다. 물론, 주요 활동 무대는 세계 최대 규모 인공지능 시장이 마련된 미국입니다. 이 곳에서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시장 유행을 꾸준히 분석하는 한편, 사용자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며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할 계획입니다.
인공지능 리서치 도구들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라이너는 ‘정확성’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경쟁에 임합니다. 경쟁사가 등장한 것을 오히려 라이너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기회로 삼으려 해요. 신속한 마케팅 전략을 전대하는 한편, 고객 피드백을 토대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제품 방향을 찾을 것입니다.
UC 버클리 강의실에서 서비스를 소개하는 라이너 팀 / 출처=라이너
UC 버클리 강의실에서 서비스를 소개하는 라이너 팀 / 출처=라이너
라이너는 이제 세계 시장에서 빅테크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치열하게 경쟁 중인 스타트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나아가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도록 도울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K 스타트업의 대표로 성장하겠습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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