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 등 교육 전문가가 아이의 문해력 기르는 방법 제시
◇“쇼츠에 익숙한 세대, 일상정보 이해 부족한 학생 늘어나”
“학교에서 다음 주 있을 수행평가를 공지하면, 상당수 학생들이 머릿속으로 정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동일한 내용으로 다시 질문을 해요. 수행평가 날짜, 주제 등 이미 공지한 부분인데도, 그 부분을 그대로 물어봐요. 이렇게 일상의 정보도 제대로 파악 못 하는데 학업은 어떨까요?”
20년간 교단에 선 신정아 강명중 교사의 말이다. 신 교사는 과거 정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 부족 현상이 하위권 학생들에게 나타났지만, 최근 최상위권 학생을 제외한 대다수 학생에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머릿속에 넣지 않는 것이 습관화 됐다는 것이다. 정보는 외울 필요 없이 언제든 검색해서 찾아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 교사는 ‘디지털 시대 스스로 읽고 배우는 아이들’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대다수 학생이 강력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이 되고 있다”며 “팝콘 브레인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학교 수업처럼 일상적인 자극에는 뇌가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의 요인으로 신 교사는 학생들이 쇼츠, 릴스 등 짧은 동영상을 자주 접하고, 수업을 영상으로 듣게 된 것을 꼽았다. 점차 공부가 어려운 아이들이 늘어나고 학업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사는 팝콘 브레인에서 공부하는 뇌로 학생들을 전환하기 위해 독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서할 때 전두엽 뇌가 활성화된다”며 “책 읽기, 만족 지연 경험, 멍때리기 등이 학생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선순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책은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까. 신 교사는 아이의 성향에 맞는 독서법을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유로운 성향의 아이들에게 책 읽기 규칙을 과도하게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유연하되 견고한 읽기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단, 지나치게 유연한 책 읽기 규칙을 만들면 습관으로 만들기 어렵다.
신 교사는 “내 아이의 성향에 맞게 독서 시간을 정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집중력이 좋은 시간이 언제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책을 읽을 때 오로지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연에서는 아이의 독서 습관을 만드는 방법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매일 읽어주는 것이 소개됐다. 가능하다면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매일 10분씩이라도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부모가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가 책 읽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 교사는 부모가 아이들이 읽을 책의 선택지를 줄여주는 ‘북 큐레이션’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이 다양하고 많을수록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신 교사는 “책을 읽은 후 아이에게 대가나 보상을 주면 안 된다. 아이가 보상받게 되면 책 읽는 것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대신 아이가 읽은 책을 기록하게 하면서 작은 성공을 자주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해력을 높이는 영어학습 로드맵’을 주제로 강연한 이지은 작가는 영어학습을 위해 모국어 문해력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 독서로 국어 실력을 쌓아야 한다”며 “한국어로 된 비문학 분야 책을 다양하게 읽어 배경지식을 쌓아야 영어책 읽기 수준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초등학생 자녀에게 수능 영어 기출문제를 풀어보게 하는 현상에 대해 이 작가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작가는 “수능 영어 지문만 봐도 문학 지문보다 사회·인문·자연과학 등 비문학 지문이 더 많이 나온다. 학생들은 영어 지문을 읽고 맥락을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국어 지문도 이해 못 하는 상황에서 영어 지문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그는 “모국어 실력이 올라야 영어도 깊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영어책을 읽을 때 현재 학년에 비해 높은 레벨을 읽히는 것보다는 두 학년씩 낮게 읽는 것이 문해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독서 팁도 제시했다. 책을 읽을 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비교와 대조를 파악해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고 책의 뒷이야기를 만드는 등 비판적 사고를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해력을 높이고 아이가 영어에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영어 소리에 노출을 많이 해주는 것이 좋다. 이 작가는 “초등학교 1~2학년 때는 아이 생활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는 저자극 영어 영상, 영어 음성 파일 등을 통해 영어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려줘야 한다”며 “영어의 경우 한글과 달리 알파벳이 내는 소리가 44개나 된다. 소리를 많이 들어야 나중에 알파벳과도 연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작가는 초등학교 영어 교과서를 꼼꼼하게 공부할 것을 강조했다. 대다수 학부모가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교과서가 쉽다고 판단해 영어 교육을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작가의 생각은 다르다. 이 작가는 “초등학교 영어 교과서 내 어휘를 암기하고, 교과서에 나온 문장들을 쓸 수 있게 제대로 공부한다면 중학교 영어 공부를 하는 데 무리가 없다”며 “자녀의 학년에 맞는 교육과정 해설을 자녀 영어 공부의 좌표로 활용하기를 추천한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교과서가 현재 교과서 수준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초등학교 5~6학년 영어 성취기준을 보면, 적절한 매체와 전략을 활용해 의미를 생성하고 표현하는 창의적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듀플러스 토크콘서트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조윤호 신양초 교사는 ‘신문읽기로 준비하는 AI시대와 IB교육’의 강연을 통해 신문읽기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에듀플러스 신문활용교육 자료 ‘다읽었NIE’ 연구 교사인 조 교사는 “최근 교육의 패러다임이 통합 교육에서 융합 교육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신문 읽기만큼 융합 교육을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신문을 통해 학생들이 세상의 주제를 나의 것으로 만들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자신만의 해결책을 만드는 기회로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사는 학교가 정답을 찾는 교육이 아닌 질문하는 교육으로 변화하는 모습도 소개했다. 최근 교육부는 ‘질문하는 학교’ 선도학교를 선정했다. 조 교사는 “기존 정해진 답을 암기하는 교실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질문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환경을 만드려는 것”이라며 “챗GPT가 교육 분야에서 활용돼도 결국 어떤 질문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학습 결과가 달라진다. 학생들이 질문과 탐구를 통해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듀플러스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학부모 김소라(충남 계롱시)씨는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 참여한 다수 교육 기업이 AI, 로봇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교육을 말하는 가운데, 에듀플러스 토크콘서트에서만 문해력의 중요성을 이야기 해 참가하게 됐다”며 “이번 강연을 통해 아이를 교육하는 것의 본질과 첨단 기기 속에서 문해력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