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HD현대, 美 투자 신중 검토…한화오션과는 다른 행보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HD현대
조선업계가 미국 함정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과 다른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한화오션은 그룹 계열사와 함께 미국 조선소 인수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효율성과 리스크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조선소 인수를 급하게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연 20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의 개화, 향후 미국 신규 함정 건조 시장 진출 등을 염두해 현지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고려되는 부분은 수익성이다. 미국 조선산업이 쇠퇴한 만큼 조선소의 경영 상황이 악화돼 이를 정상화하는 데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돼야 한다.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를 완료한 미 필리 조선소는 2018년 적자를 기록,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3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책도 고려 요인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자국 조선산업 부흥을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했지만 이 같은 기조가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현지의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고 성과가 나오면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고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리면 정책이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

미 의회에서 미 군함은 모두 국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해야 한다는 존스법을 개정해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실현에 대한 의문부호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우선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해 미 함정 MRO 시장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2년 필리핀 수빅 조선소 일부를 임대해 군수지원센터를 설치, 함정 MRO 사업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등에서 작전을 펼치는 미 함정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수빅 조선소를 자주 찾는다.

이 같은 대응은 그룹사와 함께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한화오션과는 다른 행보다. 지난해 12월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1억 달러를 들여 필리조선소 인수를 완료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미국과 호주에 조선사를 보유하고 있는 오스탈 지분을 매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중 8000억원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해양방산·조선해양 생산 거점 확보에 투입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조선소 투자는 리스크가 상당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실적이 당장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조선소의 재정 상태도 나쁘다”면서 “HD현대중공업의 해외 조선소들이 포트폴리오를 잘 짜놓은 만큼 이를 활용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둘 것”이라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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