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1시간 30분간 통화하고 ‘에너지·인프라 시설에 대한 30일 휴전’에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전면 휴전’을 제안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거부하자, 에너지 및 인프라 시설에 대한 30일 휴전을 제안해 동의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곧바로 군에 공격 중단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통화가) 매우 좋았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은 “상세하고 솔직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은 에너지와 인프라 시설에 대한 휴전을, 러시아는 에너지 시설에 대한 휴전에 동의했다고 밝히면서 미묘한 입장 차를 보였다. 러시아는 정유시설과 송유관 등 에너지와 관련된 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단을 언급했고, 미국은 에너지 인프라에 추가로 다른 인프라 시설도 휴전 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두 정상 통화 이후에도 러시아가 에너지 인프라 시설 등에 대한 드론 공격을 했다고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밤사이 러시아가 드론 40여대를 동원해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정교한 야간 공격이 우리 에너지 시스템과 우리 기반 시설과 우크라이나인의 평범한 일상을 파괴했다. 오늘 푸틴은 사실상 전면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 전쟁을 질질 끌려는 푸틴의 시도에 맞서 세계는 이를 거부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및 정보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종전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젤렌스키 대통령이 반발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제외된 채 미국과 러시아 간의 협상으로 전쟁이 마무리되는 것에 대해 유럽 국가들도 비판에 가담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결정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의 협상 참여 없이는 이 모든 게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의 휴전 협상은 우리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거취 문제와 함께 러시아의 군사기술 지원 등이 계속될지도 관심사다. 특히 러시아가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북한을 내세울 수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행보와 대통령이 직무 정지된 우리 상황을 보면 패싱도 우려된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