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규제 엇박자에 어느 장단 맞추나”…단통법 이후로만 과징금 2604억원 폭탄

서울의 한 종합유통매장 휴대폰 상가 모습.
서울의 한 종합유통매장 휴대폰 상가 모습.
‘2603억7000만원’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제정 이후 이동통신 3사에 부과된 과징금 액수다. 특히 동일 사안을 두고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반대 논리로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시장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졌다.

12일 공정위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에 대해 담합으로 번호이동 경쟁을 제한했다는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1140억원을 부과했다. 3사가 판매장려금을 담합해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는 이유다.

이통 3사는 과거 차별적 장려금 지급을 통한 시장과열 등을 이유로 방통위로부터 1464억원의 누적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번에는 정부 지시로 만든 상황반에 참여하며 판매장려금을 조정해 번호이동 순증감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1140억원의 과징금을 추가로 맞게 됐다.

시장에서는 서로 다른 논리를 펼치는 규제기관의 엇박자로 민간기업이 이중 처벌을 받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통위는 단통법이 제정된 2014년 이후 장려금 초과 지급 등 과열 경쟁을 단통법 위반 행위로 보고 이통 3사에게 수차례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과징금,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 제재 횟수만 32회에 달한다.

2020년에는 불법 장려금 지급으로 단통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5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방통위는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판매장려금 30만원을 기준선으로 권고했고 이통사는 이를 단통법 집행이라고 보고 따랐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를 가입자 유치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 행위로 봤다. 방통위가 단통법에 근거해 이통사가 불법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을 규제했는데, 공정위는 경쟁을 위해 판매장려금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취지로 제재를 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가 단통법을 따르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되고, 공정거래법을 따르면 단통법 위반이 되는 모순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담합 혐의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했음에도 공정위가 과징금 카드를 꺼내들면서 규제기관 간 충돌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를 통과한 단통법 폐지법에 따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방통위의 이통시장 규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공정위에는 제조사 규제 등 일부 권한만 특정해 부여했다.

이통시장의 공정거래 환경 조성, 이용자보호 등 시장 감시 및 규제 권한을 방통위가 갖도록 법률 근거를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이번처럼 향후에도 전기통신사업법보다 공정거래법 논리를 우선할 경우 규제기관 간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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