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173번 헌혈…호주 훈장 수여
![[전자신문] 헌혈로 240만 아기 살린 '황금팔의 사나이'...하늘의 별이 되다 1 호주 '황금팔의 사나이' 제임스 해리슨. 사진=호주 적십자사](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3/04/news-p.v1.20250304.6fce737028784b17bec73c2c2209c399_P1.jpg)
3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황금팔의 사나이’로 알려진 호주 남성 제임스 해리슨(88)은 지난달 17일 뉴사우스웨일즈 센트럴 코스트의 한 요양원에서 자는 도중 세상을 떠났다.
해리슨은 14살 무렵 수혈을 받아 큰 수술을 무사히 마친 이후로 헌혈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18살부터 꾸준히 혈장 헌혈을 실천했다.
정기적으로 헌혈을 시작하고 몇 년 뒤, 해리슨은 자신의 혈액에 희귀 항체 ‘안티-D'(Anti-D)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항체는 산모와 태아의 RH 혈액형이 다른 경우, 면역 체계가 태아를 공격하는 용혈성 질환 ‘리서스 병’의 항체였다.
자신의 피가 누군가를 구해줄 수 있다는 것에 그는 81세가 되는 무렵까지 2주마다 정기적으로 혈장 헌혈을 했다. 그의 혈액이 포함된 백신은 1967년부터 배포돼 호주의 산모들을 위해 사용됐다.
그가 헌혈한 횟수만 지난 1954년부터 2018년까지 총 1173번에 달한다. 그의 혈액으로 240만 명이 넘는 아기가 목숨을 구했다. 1999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호주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그의 딸인 트레이시 멜로우십과 손자 2명도 안티-D 치료제를 주사 받은 수혜자다. 딸 멜로우십은 “아버지는 많은 생명을 구한 것에 매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팔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지난 2015년 미국 NPR과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내게 ‘아 당신이 그 영웅이죠’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전한 방에서 헌혈을 하고 있다. 커피 한 잔과 간식을 받는다. 난 그냥 내가 할 일을 할 뿐이고 문제도, 어려움도 없다”며 겸손하게 답하기도 했다.
해리슨은 2005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혈장을 기증했다는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무려 2022년까지 유지됐다.
호주법상 헌혈이 가능한 최대 연령인 81세가 되는 해인 2018년 5월, 해리슨은 생애 마지막 헌혈을 마치며 “가능하다면 더 헌혈하고 싶다”고 답하는 한편 “누군가 나의 기록을 깨길 바란다. 그것은 그들이 이 사명에 헌신한다는 의미”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호주 적십자사(Lifeblood)에 따르면 호주에서 호주에 안티-D 항체를 가진 헌혈자는 200명도 되지 않는다. 이 적은 수의 사람들이 매년 약 4만 5000명의 산모와 아이의 목숨을 구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