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헌혈로 240만 아기 살린 ‘황금팔의 사나이’…하늘의 별이 되다

희귀한 항체 보유로 18살부터 헌혈

총 1173번 헌혈…호주 훈장 수여
호주 '황금팔의 사나이' 제임스 해리슨. 사진=호주 적십자사
호주 ‘황금팔의 사나이’ 제임스 해리슨. 사진=호주 적십자사
희귀한 항체를 가져 헌혈을 통해 240만 어린이의 생명을 구한 호주 남성이 88세 나이로 별세했다.

3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황금팔의 사나이’로 알려진 호주 남성 제임스 해리슨(88)은 지난달 17일 뉴사우스웨일즈 센트럴 코스트의 한 요양원에서 자는 도중 세상을 떠났다.

해리슨은 14살 무렵 수혈을 받아 큰 수술을 무사히 마친 이후로 헌혈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18살부터 꾸준히 혈장 헌혈을 실천했다.

정기적으로 헌혈을 시작하고 몇 년 뒤, 해리슨은 자신의 혈액에 희귀 항체 ‘안티-D'(Anti-D)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항체는 산모와 태아의 RH 혈액형이 다른 경우, 면역 체계가 태아를 공격하는 용혈성 질환 ‘리서스 병’의 항체였다.

자신의 피가 누군가를 구해줄 수 있다는 것에 그는 81세가 되는 무렵까지 2주마다 정기적으로 혈장 헌혈을 했다. 그의 혈액이 포함된 백신은 1967년부터 배포돼 호주의 산모들을 위해 사용됐다.

그가 헌혈한 횟수만 지난 1954년부터 2018년까지 총 1173번에 달한다. 그의 혈액으로 240만 명이 넘는 아기가 목숨을 구했다. 1999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호주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그의 딸인 트레이시 멜로우십과 손자 2명도 안티-D 치료제를 주사 받은 수혜자다. 딸 멜로우십은 “아버지는 많은 생명을 구한 것에 매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팔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지난 2015년 미국 NPR과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내게 ‘아 당신이 그 영웅이죠’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전한 방에서 헌혈을 하고 있다. 커피 한 잔과 간식을 받는다. 난 그냥 내가 할 일을 할 뿐이고 문제도, 어려움도 없다”며 겸손하게 답하기도 했다.

해리슨은 2005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혈장을 기증했다는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무려 2022년까지 유지됐다.

호주법상 헌혈이 가능한 최대 연령인 81세가 되는 해인 2018년 5월, 해리슨은 생애 마지막 헌혈을 마치며 “가능하다면 더 헌혈하고 싶다”고 답하는 한편 “누군가 나의 기록을 깨길 바란다. 그것은 그들이 이 사명에 헌신한다는 의미”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호주 적십자사(Lifeblood)에 따르면 호주에서 호주에 안티-D 항체를 가진 헌혈자는 200명도 되지 않는다. 이 적은 수의 사람들이 매년 약 4만 5000명의 산모와 아이의 목숨을 구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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