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IT기획자의 탄생] 4. 신사업 기획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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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업무를 하다 보면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이 많습니다. 특히 신사업 기획에서는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데요. 기획서는 체계적으로 구성돼야 합니다. 기획의 배경부터 문제점 분석, 내부/외부 경쟁 현황, 솔루션 및 제안, 수행 방안, 매출 시뮬레이션 등이 포함돼야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수 많은 기획서가 지금도 어디선가 만들어지고 있을 텐데, 실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기획서는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그 설득력이 실현 가능성을 보장하는 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모 대기업에서 기획자로 일하며 다양한 기획서를 작성하고 검토했습니다. 때로는 억지 논리로 맞춘 듯한 기획서를 보기도 했고,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기획서도 적지 않았습니다. 신사업 기획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기획이 본질적인 목적이 아닌, 그저 조직 내 특정 의사결정권자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작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핏 보면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실질적인 실현/성공 가능성이 낮은 기획서가 승인되는 모습을 보며 기획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곤 합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특히 대기업 내에서 신사업 기획이 실패하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신사업 기획은 대개 경영진의 지시로 이루어집니다. 물론 실무진이 필요성을 느껴 기획, 제안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성공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적죠. 신사업 기획이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고 트렌드 따라가기에 급급한 걸 자주 목격합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기획서가 쏟아지지만, 현실적인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내용으로 채워지곤 합니다. 기업 경쟁력 강화가 아닌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기획은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신사업 기획이 실패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성과 무관하게 내부 논리에 의해 기획이 추진되기 때문입니다. 그저 내부 기대를 충족하려는 기획서가 만들어지고, 승인 과정에서도 객관적인 시장 검증 없이 의사결정이 이루어집니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신사업이 핵심 과제로 지정되면, 필요 이상의 인력을 긴급 투입하거나, 핵심 인력이 아닌 ‘잉여 리소스’를 모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인력을 많이 투입한다고 성공율이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신사업 기획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요? 10년 이상 기획자로 근무하면서, 기획을 성공으로 이끄는 요소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했습니다. 신사업과 기획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과 만나면서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채우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통찰력, 인사이트가 생깁니다.
신사업 기획이 성공하려면 기획력 외에 시장 감각과 사업적 인사이트가 꼭 필요합니다. 신사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경험과 지식,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인사이트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사업을 추진하는 리더는 기획자이면서 사업 감각을 가진 전문가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에서는 신사업 분야를 상무급 이상의 임원이 리딩하곤 하는데, 그가 기획과 사업 감각을 갖추지 못하면 실패할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성공적인 신사업 기획을 위해서는 시장 경쟁 구도를 명확히 파악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경쟁 분석을 수행하고, 실행 가능한 플랜을 구성해야 합니다. 신사업 기획이라면 아이디어 제공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행이 가능하고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전략까지 마련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획자는 실행력 있는 리더로서, 기업의 본질과 일관된 방향으로 신사업을 기획해야 합니다. 기존 사업과 무관하게 확장하면 안되고, 기존 역량을 기반으로 확장 가능한 영역을 찾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즉 신사업 기획의 성패는 실질적인 실행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달려 있습니다. 최신 트렌드에 휩쓸리기 보다, 기업의 고객 니즈를 정확히 분석하고, 경쟁 환경을 면밀히 조사해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한 문서로만 존재하는 기획이 아니라, 조직 내외부의 역량을 결집하고 실행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합니다. 특히 대기업에서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전문 역량을 갖춘 기획자를 지속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시스템을 토대로, 기획자가 전략 수립과 실행까지 주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과 경험 축적이 병행돼야 합니다. 그래야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신사업 기획의 성공 여부는 실행력과 시장성, 그리고 조직 내외부와의 조화에 달려 있습니다.
제공=김세호
제공=김세호
글 / 김세호
인공지능 분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국내 한 대기업에서 15년 간 개발/기획/전략 분야에 재직하며 IT기획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전문가/컨설턴트로도 활동 중. 대표 저서로 ‘대기업 기획자의 고백(2021)’, ‘머니보트(202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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