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 주재로 ‘K-그리드 수출 얼라이언스’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남부발전, 현대건설, LS일렉트릭, 전기협회 등 총 15개 기업·기관이 참석해 세계 시장의 대규모 전력 인프라 수요를 활용한 우리 기업의 진출 방안을 논의했다.
K-그리드는 전선류, 변압기, 차단기 등 전력 기자재를 비롯해 ESS, 각종 솔루션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최근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노후 전력 인프라 설비 교체 이슈로 그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지난해 전력 기자재 9대 핵심 품목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115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 또한 2021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를 이어오며 호황기를 맞고 있다.
산업부는 전력 사용량 증가로 신규 발전소 건설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발전소-전력망 통합 패키지 수출’ 전략을 수립했다.
국내 기업의 검증된 설계·조달·건설(EPC)·기자재 제조 역량과 한전의 계통 건설·운영 기술 등을 결합해 현지 시장의 복합수요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사업모델을 세계 시장에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게 골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기업은 발전소 신규 건설과 관련 전력 인프라를 일괄 공급하는 협력 모델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K-그리드 글로벌 진출 전략’ 발표 이후 수출지원기관 및 업계와 협의해 수출 진작을 위한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무역보험공사는 작년 하반기부터 적용 중인 변압기, 전력케이블 등 수출기업 단기보험 한도 우대(최대 2배), 보험료 할인(최대 20%)을 올해도 지속 제공하고, 지원 품목을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확대한다.
그동안 기관별로 산발적으로 운영되던 전력망·기자재 관련 해외 전시회를 산업부·전기협회가 중심이 돼 통합 운영·관리함으로써 참여기업 모집-홍보-성과관리를 일원화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 힘쓸 예정이다.
K-그리드 연합의 시너지가 구현되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 등 미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관련 관심이 각별한 만큼, 노후 전력망 교체, 가교 전원인 가스발전소 구축,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 등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이호현 실장은 “K-그리드의 세계 시장 진출은 단순한 수주 확대를 넘어 국가 전력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기회”라며, “공기업이 이끌고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민간 기업이 동참하는 팀코리아 체계를 통해 K-그리드를 원전을 잇는 에너지 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