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 일상 속 건강관리에서 암 치료까지…삶의 질 높이는 기술 연구 산실

한국전기연구원의 전기의료기기연구단 전자기파융합연구센터 연구원이 차세대 방사선 암치료기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의 전기의료기기연구단 전자기파융합연구센터 연구원이 차세대 방사선 암치료기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김남균) 전기의료기기연구단이 전기제어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던 질병 진단 및 치료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을 융합한 일상 속 건강관리 플랫폼 기반 기술 연구개발(R&D)을 선도해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 개선과 보건복지 증진에도 이바지한다.

우리 몸은 전기 신호를 이용하는 정교한 시스템이다. 신경세포(뉴런)는 자극받으면 발생하는 세포막 전위 변화로 전기적 신호를 전달한다. 이 과정이 감각을 느끼고 근육을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시경을 비롯해 X-레이, CT와 같은 영상진단기, 방사선 암치료기 등은 고정밀 전기 제어 및 전자기파 소스 기술이 바탕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GE, 지멘스도 애초 전기 전문 기업이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일찍이 1990년대 말 의료기기 연구에 뛰어든 KERI는 2007년 경기도 안산분원 준공을 기점으로 전기의료기기연구 연구 부서를 신설해 지금까지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현재 석·박사급 연구 인력 50여명이 의료 및 바이오 영상, 전자기파 기반 암 치료,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등을 중점 연구한다.

배영민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장은 “우리가 연구하는 기술은 개발 성공하면 파급 효과가 크지만 실패 가능성도 높은 도전적 연구인 만큼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주도해야 한다”며 “나아가 실험실 연구성과를 사업화 단계까지 끌어올려 기술이전과 기술창업도 이뤄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영민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장.
배영민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장.
2018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유방암 조기진단 기술은 기술이전을 통해 민간에서 사업화 수행 중이다. KERI는 기술이전에 그치지 않고 후속 연구를 지속 지원해 2023년 제품화를 이뤄내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원이 직접 창업한 사례도 있다. 소화기관 검진용 스마트 연성 내시경을 개발한 메디인테크와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한 치과용 임플란트 제조 기술로 창업한 비투랩이 대표적이다.

출연연 지역 조직으로서 안산분원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데도 힘을 쏟는다. KERI 안산분원은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를 중심으로 200여개 기업과 연구소, 4600여명 연구원이 상주하는 산학연 R&D 클러스터 ‘안산사이언스밸리(ASV)’ 핵심 기관 중 하나다.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은 대학과 출연연 간 벽을 허물고 AI 의료기기 및 바이오헬스 기술 분야 고급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공동 연구그룹 육성을 위한 ‘케리카(KERI+ERICA)’ 사업 별도 조직을 마련했다. 이를 마중물 삼아 ASV와 지역 혁신역량 강화에 이바지한다는 목표다.

연구단은 △전기융합휴먼케어연구센터 △전자기파융합연구센터 △정밀의료기기연구센터 3개 센터와 전기융합휴먼케어연구센터 내 △청각인지뇌기능진단연구팀으로 구성된다.

배 단장은 “사람이 대상인 의료기기 특성상 까다로운 시험과 인증,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 등 제품화까지 난관이 많아 각 분야 전문가 간 소통이 중요하다”며 “우리 연구단은 국내 유수 대형병원과 손잡고 R&D 기획 단계부터 임상 기관과 공동연구를 추진해 도전적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 전기융합휴먼케어연구센터 연구원이 신호처리 AI 융복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 전기융합휴먼케어연구센터 연구원이 신호처리 AI 융복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전기융합휴먼케어연구센터는 전기, 광, 신호처리 AI 융복합 기술을 기반으로 병원뿐 아니라 생활 영역에서의 질병 예방, 위험 예측, 현장 진단,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등을 연구한다.

대표적으로 ‘대사증후군 관리를 위한 전자약 기술’ 연구는 두피를 통해 비침습식으로 대뇌 피질을 전기적으로 자극, 식욕을 억제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 경두개 불규칙 신호 자극(tRNS) 기술로 배외측전전두엽 피질에 비침습적 전기 자극을 주면 식욕 억제를 유도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자기파융합연구센터는 고부가가치 전자기파 에너지인 마이크로파, 테라헤르츠파, 레이저 기술 기반 광파, X-레이 등을 이용한 차세대 고정밀 전자기파 융합 의료기기 기술을 개발한다.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이 서울성모병원 공동 연구실에 구축한 차세대 암치료기 연구 모델.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이 서울성모병원 공동 연구실에 구축한 차세대 암치료기 연구 모델.
최근 성과로는 진공 발생 전자빔 전기 에너지를 고출력 전자기파 에너지로 변환해 고에너지 방사선을 방출하는 ‘선형가속기’와 ‘마그네트론’ 기술 국산화를 꼽는다. 2022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이 기술은 첨단 방사선 암치료기에 적용할 수 있다.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현실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센터는 서울성모병원과 공동 연구실을 운영하며 설계, 제작, 평가부터 비임상 연구까지 연계한 차세대 방사선 치료 기술을 연구한다. 개발 성공하면 정상세포 파괴 등 기존 문제점을 해결한 차세대 방사선 암치료기 등장이 기대된다. 기술은 2025년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최종 21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정밀의료기기연구센터는 질환을 조기 진단하고 동시에 정밀 치료를 수행하는 전기·광·방사선·초음파 기반 생체신호 검출 기술과 실시간 영상 유도 기술, 정밀 광 치료 융합기술, 전기 및 초음파자극 치료 기술, 고에너지 광원 기술 등을 개발한다.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 정밀의료기기연구센터 연구원이 생체신호 검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 정밀의료기기연구센터 연구원이 생체신호 검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 성과로 고출력 LED 광원과 반도체 레이저를 이용해 빛으로 암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표적 치료하는 ‘암 진단·치료용 형광 복강경 기술’이 있다. X-레이와 CT를 결합해 소량 방사능만으로 고품질 CT 영상과 X-레이 영상을 구현하는 새로운 의료 영상기기도 개발했다.

청각인지뇌기능진단연구팀은 AI, ICT, 첨단 전기 기술을 융합해 행복한 노후를 위한 노년층 맞춤형 융복합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와 기술, AI 보청기 기술, 노인성 질환을 위한 첨단 의료 센서 및 치료 기술 등을 연구한다.

연구팀은 노년층 일상 대화를 AI로 분석해 일반적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안산시 상록구노인복지관 등 100명 넘는 지역사회 어르신 대상 실증으로 경도인지장애 환자와 의심 대상자를 선별하는 데 성공했다.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 청각인지뇌기능진단연구팀이 노년층 맞춤형 융복합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 청각인지뇌기능진단연구팀이 노년층 맞춤형 융복합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KERI 전기의료기기연구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의 행복한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보건복지 증진과 첨단 의료 및 헬스케어 기술 경쟁력 강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배 단장은 “노령인구 확대와 ICT 발전으로 진단과 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연구를 넘어 생체정보 수집, 분석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구축 및 AI 의료·헬스케어 기술이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일상에서 건강관리와 예방을 할 수 있는 의료·헬스케어 기술 확산에 연구단 성과가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안산=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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