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ET시선] 달라진 미국과 거래의 달인

지난 11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아들 엑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옆에서 코를 파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사진=엑스 캡처/폭스라이브
지난 11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아들 엑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옆에서 코를 파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사진=엑스 캡처/폭스라이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전 세계를 패닉에 빠뜨렸다. 하루가 멀게 쏟아지는 발언에 유가와 주가, 환율이 출렁이고, 각국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분주하다.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라도 하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모든 나라가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즉각 반응했던 것은 아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말하거나,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에게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그저 ‘트럼프다운 헛소리’라며 웃어넘겼다. 중동 분쟁의 핵심인 가자지구를 리조트로 만들겠다는 발언 역시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향한 관세 부과, 파나마 운하 접수, 유럽연합(EU)과 한국, 일본을 향한 방위비 인상 요구도 미국 내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엄포로만 보였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지금, 그러한 판단이 오산이었음이 명백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한 공포 전술이 아닌, ‘새로운 미국’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며 자신만의 협상 방식을 구체화해가고 있다. 첫 번째 임기보다 더욱 강경한 외교·통상 정책을 추진하며 단순한 보호무역주의를 넘어 ‘새로운 거래’를 제시한다.

그는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성공적인 협상의 핵심 요소로 ‘크게 생각하기’ ‘지렛대 활용하기’ 그리고 ‘시장 흐름을 읽기’를 꼽았다. 이러한 철학은 정치 스타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특히 무역 정책에서 지렛대 전략이 두드러진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부과 시점을 연기해주는 ‘지렛대’로 불법 이민과 마약 유통의 경로로 지목된 국경 강화 성사시켰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원칙이 그의 협상 방식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조건으로 희토류 절반을 요구했고, 해외 기업이 미국 내에 공장을 설립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유도하는 데에도 관세를 무기로 활용했다.

이처럼 지난 한 달간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매우 노골적이다. 특히 ‘상호 관세’라는 무기는 동맹국과 적국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동맹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높은 관세와 수출 규제는 미국 내 물가 상승과 금리 변동을 초래해 미국민의 부담을 가중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나라에 공격 일변도의 압박만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의 ‘거래의 기술’이 단순한 강압이 아니라 전략적 협상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거래 지향적이지만, 본인이 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확실하면 협력할 줄도 안다”고 했다.

최 교수 말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외교 관계를 철저한 이해득실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미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기타 협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한국의 이익이 곧 미국의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진 조선, 원자력, LNG 등 에너지 분야 및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각인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직무 정지 상태로 정상 외교에 공백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 수출의 대들보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상호 관세 부과 발표까지도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정치권도 대미 외교, 대(對)트럼프 외교에 집중해야 할 때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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