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현대차그룹·삼성SDI, 로봇 전용 배터리 개발 의기투합

지난 24일 현대자동차그룹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업무 협약식에서 조한제 삼성SDI 소형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오른쪽)과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 상무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지난 24일 현대자동차그룹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업무 협약식에서 조한제 삼성SDI 소형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오른쪽)과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 상무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현대자동차·기아와 삼성SDI가 로봇 전용 배터리를 개발한다. 2020년부터 시작된 양사의 ‘배터리 동맹’이 전기차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인 로봇까지 확대됐다.

삼성SDI와 현대차·기아는 고성능 로봇 전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한다고 25일 밝혔다. 양사는 로봇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개발하고, 다양한 서비스 로봇에 탑재한다는 목표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핵심은 형태가 다양한 로봇에 적합하면서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로봇에는 대부분 전용 배터리 대신 전동 공구나 경량 이동수단(Light Electric Vehicle) 등에 쓰이는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모양이 각양각색인 로봇 특성상 배터리 탑재 공간이 제한적이다. 배터리 규격에 맞추다보면 로봇 디자인이 영향을 받고, 반대로 로봇에 탑재하기 위해 작은 셀을 적용하면 출력 용량도 함께 줄어드는 고질적 문제가 있었다.

양사는 이를 해결하는데 의기투합하고 신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SDI는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한 고용량 소재 개발과 설계 최적화를, 현대차·기아는 신규 개발 배터리를 로봇에 적용하고 평가 및 성능 고도화를 맡는다.

양사는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회동을 계기로 배터리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했는데, 전기차를 넘어 두 회사 모두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로봇 분야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35%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고 한종희 부회장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며 로봇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사내 로보틱스랩을 설립한 데 이어 2021년 1조원을 투자 세계적인 로봇 전문 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체 개발한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를 처음 출시한 바 있다.

로봇 완제품 측면에서는 경쟁 관계에 있지만 양사가 지닌 기술을 결합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상호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SDI와 현대차·기아는 로봇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공동 마케팅도 나설 예정이다. 다음달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5’ 삼성SDI 전시관에서 현대차·기아의 서비스 로봇 ‘달이’와 ‘모베드’를 전시하며 첫 걸음을 뗄 예정이다.

조한제 삼성SDI 소형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은 “현대차·기아와 협력을 확대해 로봇용 배터리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기술력과 최고 품질의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 상무는 “로보틱스랩의 로봇 기술과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을 결합하면 배터리 수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시장 확대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로봇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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