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전기가 남아 돈다…발전소 절반 ‘개점휴업’

전기가 남아 돈다…발전소 절반 '개점휴업'
이달 들어 전력 예비율이 50%~60%를 오르내리고 있어 주목된다. 전기 사용량이 줄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면서 전력 시장에 들어온 발전기의 절반이 ‘놀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악화하면 원자력 등 기저 발전원까지 가동을 중단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25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3월 전력 예비율은 월간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예비율은 60%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50%를 넘어선 날도 이틀이나 된다. 40%대를 기록한 날은 6일, 그 외 대다수는 30% 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에는 2일과 3일 47%로 최고치를 찍은 뒤 줄곧 10~20%대를 오갔었다.

이 같은 추이는 기온과 강수량이 영향을 끼쳤다. 급작스럽게 기온이 오르면서 난방 수요가 크게 줄었고 비도 자주 오지 않아 태양광 발전량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력 예비율은 전력의 공급 능력과 최대 수요량의 차이를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통상 전력망 안정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여름·겨울철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예비율이 떨어질 때를 위험 상황으로 본다. 그러나 예비율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지는 상황 또한 전력 효율성 측면에선 위험 신호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전력 당국은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고 전력 수요가 많지 않은 경우 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하게 하는 출력 제어를 단행하고 있다. 주로 날씨가 맑고 산업계 조업이 없는 주말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 이달 출력 제어는 주말인 9일, 22일, 23일 세차례 발동됐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만 가동되면서 전력판매가격(SMP)도 ㎾h당 0원을 기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발전사업자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 4월 전력 최저 수요는 설비 용량 기준으로 35GW를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원자력, 태양광 설비 용량만 갑절에 달하는 60GW를 넘어선다. 원전과 태양광만으로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게 되는데 전력 시장에 들어온 다른 발전 설비의 가동 기회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동해지역 등 전력망이 부족한 지역의 발전기는 이용률이 크게 떨어져 경영난에 직면한 상황이다. 발전사업자에게 최악의 보릿고개가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전기 수요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발전량이 이보다 많아도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전기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 겨울뿐만 아니라 급락하는 봄철에도 전력망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발전설비 증가 일변도의 정책으로 전력망과 발전소를 효율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연계 시스템 등이 구성되지 않았다”면서 “전원 구성 등 계획에 있어 현 상황을 해결할 대책 등이 지속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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