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엉덩이에 흰개미 얼굴이?... 이 '파리 유충'이 기생하는 법 1 산파리 유충 엉덩이가 흰개미 얼굴과 닮았다. 사진=Roger Vila](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2/13/news-p.v1.20250213.c940eff4a1584e6d92ef3114e73ad091_P1.jpg)
11일(현지 시각)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에 따르면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공동연구센터인 진화생물학 연구소는 모로코 산에서 발견한 산파리 구더기의 생존 전략을 연구한 결과를 전날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모로코 남부 안티-아틀라스 산맥에서 개미를 연구하던 중 한 흰개미(학명 Anacanthotermes ochraceus) 집 속에서 흰개미가 아닌 산파리 유충(구더기)을 세 마리를 발견하고 관찰을 시작했다.
![[전자신문] 엉덩이에 흰개미 얼굴이?... 이 '파리 유충'이 기생하는 법 2 산파리 유충 엉덩이(오른쪽)가 흰개미(왼쪽) 얼굴과 닮았다. 사진=Roger Vila](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2/13/news-p.v1.20250213.859f81498c3249219852c9ec970d8400_P1.jpg)
이에 연구팀은 다른 흰개미집을 수색했고 수백개의 돌을 들어올려 두 마리 정도만 겨우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 책임자인 로저 빌라는 “아마도 극히 희귀한 종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흰개미집은 외부의 적들로부터 안전하고 먹이가 풍부한 ‘지하 낙원’이다. 그 때문에 이곳에 성공적으로 위장한 구더기들을 안전하게 먹이까지 받아먹어 가며 생활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파리 유충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실로 가져가 자세히 관찰했다. 여기에서 더 독특한 점을 발견했다. 눈처럼 보이는 적갈색 점은 변형된 호흡 구멍이며, 더듬이를 닮은 것은 변형된 돌기였던 것이다.
이 구더기들은 생김새뿐만 아니라 냄새로도 흰개미들을 속였다. 빌라는 “흰개미들은 집단마다 화학적 프로파일이 달라 냄새가 다르다. 그런데 이 구더기들은 (채집해 온 곳의) 흰개미들과 정확히 똑같은 냄새가 났다”고 전했다.
그는 “이 냄새는 흰개미와 상호작용하고 공동생활에서 이익을 얻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화학적 위장”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 구더기들을 파리속(Rhyncomya)의 한 종류로 추측했지만, 앞서 이 속의 파리가 다른 생물을 모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에 이전에 발견되지 않은 신종으로 추측하고 있다. 다만 성충으로 키우기 전 실험실에서 모두 죽었기 때문에 자세히 확인할 수 없게 됐다.
빌라는 “형태학적 및 화학적 모방으로 흰개미 사회의 수용이 가능하게 됐다”면서 “다만 흰개미 둥지의 요소가 실험실로 완전히 옮겨지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식단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