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사이언스온고지신]지속 가능한 성장과 청정에너지 전환

홍성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
홍성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
한국의 경제성장을 압축적으로 설명할 때 최빈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최초 국가, 또는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우리나라는 농업·경공업 기반에서 1960~1980년대 철강·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 1980~2000년대 반도체·자동차·무선통신 등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 전환에 성공해 가장 모범적인 압축 성장의 롤모델이 됐다.

특히 제조업은 높은 엔지니어링 기술과 고품질·양산 제조 역량을 통해 글로벌 입지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최근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도해 왔던 이차전지, 한때 호황기를 누렸던 조선·철강업 등 주력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10대 주력 수출 품목 중 디스플레이 업종이 유일하게 신규로 편입된 품목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의 부재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제조업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 등 후발국 추격이 거세지고, 선도국과의 기술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액은 2003년 33억달러에서 2023년 1769억달러로 약 50배 증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35년 청정에너지 시장이 2조달러 이상으로 성장해,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원유 시장 평균 가치에 필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에너지 기술 패러다임이 화석연료 기반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경제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는 기술·경제적으로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를 유지해 온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수준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이차전지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청정에너지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청정에너지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첫째,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 산업화를 잇는 연결 고리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정부 주도 에너지전환 정책과 탄소중립 목표를 통해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민간 부문 투자 확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글로벌 청정에너지 산업에서 경쟁 우위인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이차전지 분야를 중심으로 핵심기술 지식재산권(IP)을 확대하고 대규모 실증프로젝트를 강화하는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둘째, 디지털 전환과 융합기술을 통한 제조업 혁신이다. 청정에너지 기술을 활용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디지털 기술 도입이 필수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디지털트윈과 같은 첨단 기술은 제조업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면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며, 제품 개발 주기를 단축시킬 수 있다. 이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셋째, 정부·기업 간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 청정에너지 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기술적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동시에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이전과 인재 양성, 민간과 공공 부문 파트너십을 통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고, 기업은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에 주력하며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한국 경제는 과거 압축 성장을 넘어, 지속 가능성과 미래 지향적 성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할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정부, 기업, 연구기관이 협력해 현재 도전을 극복한다면 한국은 미래 산업 혁신 중심에서 또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홍성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 sjhong@kier.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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