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양성광 원장 “KBSI는 산·학·연 핵심 조력자…가속기 등 핵심 시설 구축도 순항”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원장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원장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특수한 연구 현장이다. 공공성을 띠면서도, 공공기관보다 성과 허들이 높다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제약 속에 성과를 내야 한다.

이 때문에 기관 밖, 이른바 ‘원외’ 출신 기관장은 우려를 사기도 한다. 기관에 새로움을 더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생소한 환경에서 3년 임기 내에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출연연 이해도가 높은 원외 출신 기관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원장이 바로 그렇다.

양 원장은 기술고시로 과학기술 부처에 입직해 대통령비서실 과기비서관까지 지낸 화학공학 박사다. 출연연 본산인 대전 출신이고 대덕 특구 내 국립중앙과학관장,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도 역임했다. 출연연에 친숙한데다 과기 행정·정책이 ‘주종목’이라 연계에 능하고, 관련 큰 그림도 그릴 수 있다는 평이다.

KBSI 기관 차원으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등 주요 현안이 있고, 급변하는 정세 속에 전체 출연연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만큼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2023년 5월 KBSI 원장으로 부임해 두 달 뒤면 취임 2년을 맞는 양 원장을 만났다. 기관장으로서 성과의 윤곽이 잡히는 즈음이다. 그간 노력한 점과 향후 기관 운영 복안, 인사이트 등을 들어봤다.

대담=이호준 전국부 부국장

-원장 취임 후 느낀 KBSI는 어떤 기관인지.

▲KBSI는 첨단연구시설·장비 기반으로 산·학·연 연구자를 지원하고 함께 연구하는 분석과학 전문기관이다. 출연연 중 유일하다. 연구시설·장비는 연구성·수월성 핵심 요소로, KBSI는 세계 수준 연구시설·장비로 바이오·소재·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산업 난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기관의 핵심은 다른 연구기관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쓰임을 받는 곳이 아니라, 분석 측면에서 연구를 ‘리딩’한다.

현대 연구는 과거와 달리 혼자 할 수 없다. 같은 고민을 하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보다 둘일 때 연구 수월성도 높고 더 많은 예산도 확보할 수 있다.

가령 바이오 신약을 만들 때도 KBSI가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등 첨단 장비로 단백질 구조 파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숙달된 해석 인력도 강점이다.

아무래도 정부나 대통령실, 특구재단 등에서 여러 요소를 연결하는 업무를 주로 했는데, 이런 면이 KBSI와 잘 맞지 않나 생각한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양성광 원장 “KBSI는 산·학·연 핵심 조력자…가속기 등 핵심 시설 구축도 순항
-기관 특성을 더 살리고자 변화에 힘쓴 것으로 안다.

▲연구자산 분산 문제가 무엇보다 심각하다고 생각해 관련 효율화를 추진했다. 9개나 되는 지역센터를 5개로 줄였다. 연구자원을 광역권으로 통합해 대전은 소재 및 장비개발, 오창은 바이오·환경, 수도권은 바이오헬스, 영남은 표면 분석, 호남은 소재·노화를 맡는 등 지역별 산업과 연계한 권역 특성화 운영체계를 세웠다. 선택과 집중인 셈이다.

또 연구조직도 최소단위인 연구그룹 기반으로 개편해 신규과제 기획, 그룹 간 공동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연구 환경 조성에 주력했다.

그간 KBSI는 연구자 개인이 장비를 홀로 관리해 체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유사 분야끼리 묶어 장비그룹 단위 관리체계를 만들고, 각 분야 최고 전문가가 총괄 관리토록 개편했다.

이는 수월성 있는 연구성과 창출로 이어졌다. 일례로 김양수 박사의 발화 위험을 낮추고 성능도 우수한 이차전지 음극재 개발 성과가 지난해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고 20억원에 기업으로 이전됐다.

-혁신 과정에 반발이 작지 않았을 텐데.

▲물론 애를 먹었다. ‘괜한 헛수고’라는 직원도 일부 있었는데,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까지는 만들었다.

기관장은 올바른 방향을 찾아 내부 시스템을 개편하는 돌격대다. 그리고 좋은 친구를 소개하고 기회를 알려주는 것까지가 역할이다.

문제는 이후다. 시스템이 뿌리 내리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훗날 기관장이 바뀌면 ‘도루묵’ 될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한 것을 역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믿는다. 직원들에게도 우리가 최대한 올바르게, 멀리 가자고 얘기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먼저 첨단연구장비 기반 ‘글로벌 톱 연구그룹(WTCL)’을 육성해 국가전략기술 개발과 글로벌 난제 해결 등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올해 내 2~3개 그룹을 선정할 방침이다.

또 방사광가속기만큼 중요한 물성 연구시설인 ‘고자기장연구시설’ 구축에도 돌입한다. 이미 2024년 혁신도전 프로젝트 테마로 선정돼 기획 중으로 내년에 사업이 시작될 수 있도록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복 충·방전 신뢰성을 확보한 세계 최초, 40테슬라 이상 자기장의 고온초전도자석 개발이 목표다.

이밖에 외부 연구진이 KSBI의 연구장비, 전문가 전문성과 노하우에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첨단 분석과학 종합 플랫폼’을 구축해 지난 1월 1단계 오픈했는데, 올해 2단계 사업으로 인공지능(AI)을 더한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양성광 원장 “KBSI는 산·학·연 핵심 조력자…가속기 등 핵심 시설 구축도 순항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준비는 어떤 상황인가.

▲본격적인 구축 단계로 진입했다. 공사업체 선정 입찰을 준비 중이다. 올 하반기부터 공사 실시와 장치 발주, 제작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2027년 연구실험지원동 준공, 2029년 가속기동 준공이 목표다. 국산화율 80% 이상 장치 개발도 중요한 목표다.

해외 선진가속기 연구경력자를 비롯한 우수 인재 유치,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해외 선진가속기연구소 협력 방사광 활용연구도 본격화했다.

사실 KBSI와 포항가속기연구소(PAL) 두 기관이 하나의 대형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일부 어려운 과정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프로젝트매니저(PM) 조직을 신설하고, 전문적 매뉴얼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날로 강조되는 반도체 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을지.

▲고성능 반도체 소자 집적도 증가로 발열 문제 해결이 중요해지는데, KBSI는 이미 반도체 발열 특성을 정밀 측정하고, 고해상도 분석할 수 있는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상용화한 바 있다. 공간분해능이 300나노미터(㎚)로 기존보다 10배나 높다.

더 나아가 올해에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공간분해능을 100㎚까지 높이는 장비개발 연구에 착수했다.

이밖에 반도체 전기·물리·화학 특성을 정밀 분석하는 첨단 연구장비, 반도체 소자 설계 초기 단계부터 결함을 수정하는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초거대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반도체 소자 내 원자 거동 및 신물질 규명, 반도체 신뢰성을 원자단위로 규명하는 연구도 내부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인재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인다고 들었다.

▲우수인재 확보는 기관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좋은 대우와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훌륭한 인재를 적극 발굴·육성해야 한다.

먼저 KBSI가 원하는 인재를 명확히 한 인재상을 수립해 유인책을 포함한 ‘KBSI 인력운영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분석과학 중심기관인만큼 연구장비 전문가 육성을 위해 연구장비 분야 경력개발경로(CDP) 제도를 개발하고, 우리 장비전문가들이 국가적인 분석 마이스터(장인)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연구예산 확대와 연구몰입 환경조성도 중점 사항이다. KBSI는 올해 기관고유사업인 주요 R&D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29% 확대했고, 국가전략기술과 사회적 필요성이 높은 분야 신규 사업을 편성했다. 연구자의 과감한 도전 환경을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또 수탁사업이 끝나도 연구비가 끊이지 않도록 연계 연구비를 지원하고, 신진연구자 연구과제를 신설하는 등 연구자들이 지속·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연구몰입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마음에 맞는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연구그룹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고, 신개념 연구장비 공동활용 플랫폼인 ‘ARIA’를 구축해 연구자들이 스마트한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다만 다목적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의 경우 워낙 전문 분야니 좋은 인재 확보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어 더욱 노력하고 있다. ‘특수사업직’이라는 전문 직종 신설과 해외 리크루팅 추진, 해외 가속기 기관과의 협력체계 강화 등으로 좋은 인재 발굴·육성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양성광 KBSI 원장(오른쪽)과 이호준 전자신문 전국부 부국장이 대담하고 있다.
양성광 KBSI 원장(오른쪽)과 이호준 전자신문 전국부 부국장이 대담하고 있다.
-인재 확보를 비롯해 출연연 전반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국내외 환경이 급변하나 출연연은 오랜 기간 켜켜이 쌓인 낡은 행정 시스템 탓에 변화에 능동 대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인재 확보만 봐도 우수 연구원을 적기에 좋은 조건으로 특별 채용하기 어렵고, 잘하는 연구원이 평가시스템 탓에 좋은 대우를 받기 힘들어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잦다. 혁신동력이 상실되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출연연이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이를 계기로 출연연 필요 인력·예산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 생각한다.

또 그동안 연구가 파편화·소형화되며 중복 연구도 많아졌는데, 공공기관 해제를 기점으로 연구과제를 대형화하고, 외부와 적극 연계하며 효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가 연이어 제시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다만 공공기관에서 완전 해제된 것이 아니라 ‘지정 유보’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자율권을 주며 우리에게 공을 넘겼지만, 잘 못 쓰면 뺏길 수 있다고 본다.

-출연연의 기술사업화 중요성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재임시 전자신문 인터뷰에서 ‘출연연·대학 생산 지식을 가치로 변화시키는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기억이 난다.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또 최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기술사업화를 넘어 기술산업화 성과를 내야한다고 강조할 정도로 시대적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관건은 개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시장에서 쓰일 수 있도록 기술 수준을 충분히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기관에서 이어 달려 연구할 수도 있지만, 출연연 등 기술개발 기관이 자체적으로, 또는 수요기업과 협력해 기술준비수준(TRL)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원장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제21회 기술고등고시에 수석 합격한 이후 과학기술 관련 부처에서 30여년간 국가 연구개발(R&D) 등 과학기술정책을 지속 담당해 온 과학기술행정 전문가다. 국립중앙과학관 관장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을 거쳐 지난 2023년 5월 11일 KBSI 제13대 원장에 취임했다. 이후 연구장비 협력 체계 중심 조직 개편과 분산된 지역센터 개편 등 더 나은 업무 환경 조성과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구체적인 내용이나 첨부파일은 아래 [전자신문] 사이트의 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Add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