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관세 직격탄 맞은 韓 가전·자동차·배터리, 美 소비자가격 오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부과를 강행함에 따라 현지 생산거점을 확대해 온 국내 기업들이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당분간 정세 변화를 지켜보면서 적절한 전략 변화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 보편적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가전, 현지 가격·생산전략 재검토 불가피

멕시코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산 품목을 조정하거나 베트남·유럽 등의 생산거점 활용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세탁기 공장에서 건조기를 추가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 생산 설비가 거의 동일한 만큼 생산 품목 추가가 가능하다.

LG전자 역시 미국 내 생산량을 확대하거나 유럽, 베트남에서 생산량을 늘려 북미로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케레타로 공장.
삼성전자 케레타로 공장.
최근 실적발표에서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미국 대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김창태 LG전자 CFO 부사장은 “만일 관세 인상 수준이 본질적인 공급망 변화를 해야 하면 생산시설 이전이나 기존 생산능력(캐파) 조절 등 적극적인 생산지 변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추가 관세로 인한 현지 소비자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북미 현지 소비자 가격을 어느 정도 인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 한 관계자는 “생산원가 이하로 공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현지 소비자 가격은 유통망과의 협의도 필요한 사안”이라며 “현지 시장 경쟁 상황에 따라 각 기업의 전략적 결정이 필요하므로 앞으로 상황을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후방 업계, 비용 충격 예상

미국 수출을 위해 멕시코, 캐나다에 진출한 국내 완성차·부품 등 전후방 업계는 비용 충격을 우려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일 북미 공급망 구축을 위해 투자해온 복수의 아시아, 유럽 기업 중 피해를 볼 대표적 기업 중 하나로 현대차그룹을 꼽았다.

기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 전경.
기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 전경.
현대차그룹은 멕시코 몬테레이에 기아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공장을 보유했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는 소형차 중심으로 연간 25만대 자동차를 생산한다. 이 중 신형 K3 12만8000대가 미국에서 판매됐다.

현대차그룹은 멕시코 생산 제품을 캐나다와 남미, 유럽 지역으로 수출하거나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국 기아 IR·전략투자담당 전무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아무 조건 없이 멕시코에 수출 제재가 가해진다면 캐나다로 더 선적한다든지 (멕시코 물량의) 목적지를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실제 시행된다면 공급망(SCM) 관리를 효율적으로 바꿔 부담을 낮추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에도 캐나다와 멕시코처럼 보편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미국 비중은 18.7%로, 이 중 자동차는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한국에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직접적으로 한국의 대미 수출은 152억달러(22조2000억원) 감소하고, 제3국에 대한 간접수출은 70억~89억달러(10조2000억~13조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총 241억달러(35조1000억원)의 수출 감소 충격이 있다는 얘기다.

◇배터리·반도체도 악영향 우려

배터리 분야 역시 캐나다에 많은 투자를 진행해온 만큼 전략 변화가 예상된다. 캐나다는 자원이 풍부한 데다, 미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가 거의 붙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전략적 생산기지로 삼아왔다.

우선 영향이 예상되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합작사 넥스트스타에너지를 설립하고 온타리오주 윈저시에 연 49.5기가와트시(GWh) 배터리 공장을 건립했다. 이 공장은 지난해 말 배터리 모듈 양산을 시작했으며, 올해 셀 양산을 진행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이 캐나다에 건설 중인 양극재 공장도 고관세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사 얼티엄캠을 설립하고 퀘백주에 연산 3만톤 규모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에코프로비엠은 SK온, 포드와 합작법인 에코프로캠캐나다를 통해 연산 4만5000톤 규모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들은 지난해 전기차 시장 둔화 여파로 건설이 일시 중단되거나 완공 시점이 연기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도 현지 공장 가동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관세 여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반도체, 의약품, 철강·알루미늄, 석유·가스 등 광범위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구체 대상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반도체는 한국 핵심 수출품으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중국산 제품을 타깃으로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시안과 우시에서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어 영향이 우려된다.

관세 직격탄 맞은 韓 가전·자동차·배터리, 美 소비자가격 오르나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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