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英, 주파수 경매시 ‘차고가 낙찰’ 도입 논의…승자의 저주 방지

지난해 열린 5G 28㎓ 대역 주파수 경매에 참가한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미래모바일
지난해 열린 5G 28㎓ 대역 주파수 경매에 참가한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미래모바일
영국 통신규제당국 오프콤(OfCom)이 최고가 경쟁입찰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주파수 경매 방식을 제안하면서 올해 예정된 국내 5G 주파수 추가할당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진행한 제4 이동통신사 선정을 위한 5G 28㎓ 대역 입찰이 승자의 저주 우려 속에 결국 좌초되면서 주파수 경매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프콤은 최근 1.4㎓ 상위대역(1492~1517㎒)에 대한 신규 할당을 앞두고 통신사업자들과 세컨드 프라이스 룰로 불리는 ‘비크리(Vickery) 경매’ 방식 적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 월리엄 비크리가 고안한 비크리 경매는 가장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사업자에게 두 번째로 높은 입찰가를 최종 낙찰가로 청구하는 단일라운드 밀봉입찰 방식이다.

일례로 주파수 경매시 A 기업은 100억원을, B 기업은 80억원, C 기업은 60억원을 적어냈을 경우, 최종 낙찰자는 A 기업이지만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차순위 가격인 80억원이다. 즉,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 기업이 낙찰받지만 낙찰 가격은 차점자가 써낸 금액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비크리 경매의 핵심은 주파수 경매에 대한 과도한 경쟁적 입찰이나 전략적 입찰이 아닌 공정한 실제 가치를 적어내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고가 입찰 방식의 경우 실제 가치보다 낮은 금액으로 적어내야만 효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됐을 경우 경쟁사를 의식해 실제 가치보다 높은 금액을 적어내고 효용은 마이너스가 된다.

반대로 차고가 입찰 방식은 실제 가치에 부합하는 금액을 적어내더라도 두 번째 입찰가보다 높으면 최대의 효용을 얻을 수 있다. 액수를 낮게 적어낼 유인도 사라진다.

이를 통해 입찰자는 실제 가치에 기반한 가격을 제시하게 되고 과도한 경쟁이나 담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영국 주파수 신규 할당 대역(자료=OfCom)
영국 주파수 신규 할당 대역(자료=OfCom)
우리나라 경우 앞서 5G 주파수 20㎒폭 추가 할당과 28㎓ 신규 할당 경매의 경우 다중라운드 오름입찰과 최고가 밀봉입찰을 혼합한 형태로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제4이통 사업을 위해 진행한 28㎓ 주파수 경매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마이모바일보다 2배가량 많은 4301억원을 적어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지만 자금조달에 실패하며 주파수 할당이 최종 무산된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3.7~4.0㎓ 대역 300㎒폭과 700㎒·800㎒·1.8㎓ 저대역 유휴주파수 110㎒폭에 대해 5G 추가 주파수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 5G 트래픽 정체로 이통사들이 주파수 추가 할당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최고가 경매는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권오상 미래미디어연구소장은 “오프콤의 제안은 단순한 주파수 경매 방식을 넘어 합리적 경쟁 촉진과 스펙트럼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접근으로, 우리나라의 주파수 할당 정책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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